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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뱀이다~ 0.6㎝ 거미의 사냥…‘독사의 굴욕’ 흔하다

등록 2021-06-24 15:27수정 2021-07-04 18:36

[애니멀피플]
미국·호주 등 세계 전역서 319사례
1g도 안 되는 검은독거미가 절반 차지
무당거미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는 뱀. 뱀을 잡아먹는 거미도 많지만 거미도 뱀의 주요한 먹이이다. 맥스 로버츠, 아이내추럴리스트 제공
무당거미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는 뱀. 뱀을 잡아먹는 거미도 많지만 거미도 뱀의 주요한 먹이이다. 맥스 로버츠, 아이내추럴리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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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곤충만 먹는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거미 식단에는 지렁이, 달팽이, 가재 등 무척추동물은 물론 새, 박쥐, 쥐, 물고기, 뱀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자기보다 수십 배 큰 몸집에 종종 맹독을 지닌 뱀을 사냥하는 거미가 세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마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거미전문가 등은 기존 연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스 보도 등에 나타난 거미의 뱀 포식 사례를 조사한 결과 남극을 뺀 세계 모든 대륙에서 319건을 확인했다고 ‘거미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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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 던진 뒤 독액 주입

뱀을 가장 즐겨 사냥하는 거미는 타란툴라 같은 대형 거미가 아니라 몸집이 작은 꼬마거미과 거미였다. 특히 포식 사례의 60%를 차지한 것은 검은독거미 무리로 암컷이 사냥꾼이었다. 

뱀은 질기고 끈적거리는 거미줄을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거미줄에 걸린 어린 동부 가터뱀에 검은독거미가 물어 독을 주입하고 있다. 줄리아 세이퍼 제공
뱀은 질기고 끈적거리는 거미줄을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거미줄에 걸린 어린 동부 가터뱀에 검은독거미가 물어 독을 주입하고 있다. 줄리아 세이퍼 제공

장님뱀을 사냥한 검은독거미의 일종. 조지 포페스쿠 제공
장님뱀을 사냥한 검은독거미의 일종. 조지 포페스쿠 제공

북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에 서식하는 7종의 검은독거미는 척추동물에 치명적인 독물을 분비하는데 뱀 사냥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검은독거미는 원형의 둥근 거미줄이 아니라 바닥까지 늘어지는 헝클어진 거미줄을 친다.

바닥을 지나던 뱀이 이 거미줄을 건드리면 독거미가 달려 내려와 끈끈한 거미줄 뭉치를 내던진다. 이어 당황한 뱀의 몸을 여러 차례 물어 독액을 주입해 제압한 뒤 10∼120㎝ 높이로 끌어올려 포식한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잡은 뱀이 죽기까지 독거미는 몇 시간 걸리지만 독이 없는 거미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며 “잡힌 뱀의 몸속에 소화액을 넣어 체액을 빨아먹어 껍질만 남긴다”고 설명했다. 꼬마거미는 세계에 3000종이 분포하며 주거지에 가장 흔한 거미로 몸길이는 0.6∼1.1㎝이다.

타란툴라가 산호뱀을 사냥하는 모습. 칼 카발칸테 핀토 제공
타란툴라가 산호뱀을 사냥하는 모습. 칼 카발칸테 핀토 제공

타란툴라는 검은독거미(0.5g)보다 몸무게가 200배 무거운 대형 거미로 뱀 포식 사례의 10%를 차지했다. 타란툴라는 땅바닥에서 뱀을 붙잡은 뒤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뱀을 커다란 이로 문 뒤 신경독이 퍼지기까지 1∼2분 동안 기다려 굴속으로 끌고 가 먹는다.

큰 거미줄을 치는 왕거미과의 호랑거미나 무당거미도 종종 뱀을 사냥해 전체 사례의 8.5%를 차지했다. 거미줄에 걸린 가장 큰 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길이 1m의 녹색뱀이 무당거미의 일종인 황금원형거미 거미줄에 걸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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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걸린 뱀 사람이 구해줄까

흥미롭게도 맹독을 지닌 거미가 맹독 뱀을 잡아먹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연구자들은 “거미 40종이 뱀 90종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거미의 절반과 뱀의 30%는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독거미인 붉은등거미가 세계에서 가장 독이 강한 동부갈색뱀을 잡아먹고 있다. 케빈 무어,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제공
독거미인 붉은등거미가 세계에서 가장 독이 강한 동부갈색뱀을 잡아먹고 있다. 케빈 무어,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제공

실제로 동부갈색뱀은 호주에서 뱀으로 인한 사망의 6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을 분비하는 종인데 종종 검은독거미의 밥이 됐다. 연구자들은 “독거미가 독사의 뱀에 취약한지 면역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코브라과와 살무사과 독사의 먹이가 거의 척추동물임에 비춰 거미에게는 독성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뱀은 강력한 근육 덩어리이지만 거미줄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드물었다. 자신의 힘으로 거미줄에서 도망친 뱀은 1.5%에 지나지 않았고 사냥 성공률은 87%에 이르렀다. 사례의 11%에서 사람은 뱀을 거미줄에서 구해주었다.

뱀과 거미는 대표적으로 사람이 싫어하는 동물이지만 뱀이 거미보다 나은 대접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거미줄에 걸린 새의 50% 이상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는 다른 조사결과를 보면 새와 뱀 사이의 선호도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거미는 4만9000여 종을 헤아리는 육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식자이다. 지구의 거미를 합치면 무게가 2500만t에 이르며 이들이 잡아먹는 먹이는 연간 4억∼8억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엄청난 식욕을 채우기 위해 거미는 매우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는데 뱀 등 척추동물은 보조적 먹이원으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거미가 뱀을 포식하는 사례의 51%는 미국에서 29%는 호주에서 보고돼 대부분을 차지했다. 먹이가 된 뱀의 평균 길이는 26㎝로 이를 잡아먹는 거미의 평균 크기 1.69㎝와 15배 차이가 났다.

한편, 뱀을 잡아먹는 거미가 많은 것처럼 독이 없는 많은 뱀이 거미를 종종 잡아먹는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Journal of Arachnology, DOI: 10.1636/JoA-S-20-05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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