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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무리의 느닷없는 고릴라 습격…평화는 한순간에 깨졌다

등록 :2021-07-21 15:17수정 :2021-07-22 00:45

[애니멀피플]
두 차례 집단습격해 고릴라 새끼 죽여
먹이 부족이 부른 경쟁자 제거 추정
로앙고 국립공원의 침팬지 수컷들. 이들은 영역을 순찰하면서 경쟁 집단을 공격해 새끼를 죽이거나 원숭이 등 다른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고릴라도 그 대상으로 추가될지 모른다. 라라 서든,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제공
로앙고 국립공원의 침팬지 수컷들. 이들은 영역을 순찰하면서 경쟁 집단을 공격해 새끼를 죽이거나 원숭이 등 다른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고릴라도 그 대상으로 추가될지 모른다. 라라 서든,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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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마리의 침팬지 무리가 우두머리 수컷(실버백)이 이끄는 고릴라 가족을 공격해 새끼를 죽이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침팬지가 고릴라를 상대로 치명적인 집단 공격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부족한 먹이를 둘러싼 경쟁 때문인지 주목된다.

독일 오스나브뤼크대와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진은 2005년부터 아프리카 중·서부 가봉에 있는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45마리로 이뤄진 침팬지 무리를 현장에서 관찰하며 집단구조, 사회관계, 사냥 행동 등을 연구해 왔다.

로랜드저지고릴라 암컷은 새끼가 8∼9살이 될 때까지 돌보며 임신을 하지 않는다. 현재 위급 단계의 멸종위기종이다. 엘론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로랜드저지고릴라 암컷은 새끼가 8∼9살이 될 때까지 돌보며 임신을 하지 않는다. 현재 위급 단계의 멸종위기종이다. 엘론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곳에는 서부저지고릴라도 함께 살았는데 한 과일나무에서 침팬지와 사이좋게 열매를 따 먹곤 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모네 피카 오스나브뤼크대 인지 생물학자는 “지금까지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의 관계는 비교적 느긋했다”며 “두 영장류가 종의 차이를 넘어 상대와 장난을 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막스플랑크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러나 2019년 이런 평화는 송두리째 깨졌다. 연구자들이 숲 속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2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27마리로 이뤄진 침팬지 무리가 고릴라 가족을 습격해 그때마다 새끼 고릴라가 죽었다. 토비아스 데슈너 막스 플랑크 연구소 영장류학자는 “이번 관찰은 침팬지의 존재가 고릴라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보고한 두 영장류의 충돌과정을 알아본다.

침팬지 무리가 실버백을 포함해 5마리로 이뤄진 고릴라 무리를 공격하는 모습. 라라 서든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동영상 갈무리
침팬지 무리가 실버백을 포함해 5마리로 이뤄진 고릴라 무리를 공격하는 모습. 라라 서든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동영상 갈무리

2월 6일 27마리로 이뤄진 침팬지 무리가 영역 순찰에 나섰다. 무리는 18마리와 9마리 소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큰 그룹의 침팬지들이 덤불 속에서 실버백 1마리와 암컷 3마리, 새끼 1마리로 이뤄진 고릴라 가족을 만났다.

침팬지들은 고함과 비명을 지르고 고릴라도 이에 맞서 소리를 지르고 으르렁댔다. 서부저지고릴라가 4가지 고릴라 아종 가운데 가장 작다고는 하지만 수컷은 키 1.8m 무게 270㎏까지 나간다.

52분 동안의 싸움 과정에서 실버백은 암컷 침팬지 한 마리를 공중으로 집어 던져 큰 상처를 입혔다. 다른 한 무리의 침팬지가 몰려와 실버백을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며 때리기 시작하자 14분 만에 수컷 고릴라는 도망쳤다. 이후 침팬지 무리가 죽은 새끼 고릴라 사체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장기 연구대상인 침팬지 무리의 성체 수컷. 토비아스 데슈너,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제공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장기 연구대상인 침팬지 무리의 성체 수컷. 토비아스 데슈너,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제공

두 번째는 12월 11일 나무 위에서 먹이를 찾던 고릴라 가족 7마리를 침팬지 27마리가 둘러싸고 공격한 일이었다. 고릴라들은 점점 더 높은 나무 위로 피하고 침팬지 일부는 땅을 지키고 일부는 나무 위로 고릴라를 쫓았다.

우두머리 수컷은 본격적인 충돌이 일어나기도 전인 10분 만에 나무를 내려와 탈출했다. 이후 암컷 고릴라는 새끼를 가슴에 안고 팔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결국 새끼를 잃었다. 근처에서 실버백이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 공격 때와 달리 두 번째 공격에서 죽은 고릴라 새끼를 침팬지 암컷 한 마리가 대부분 먹어치웠다.

그렇다면 왜 침팬지 무리는 잘 지내던 고릴라 가족을 공격한 걸까. 연구자들은 침팬지가 고릴라를 먹이로 사냥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았다. 목표를 향해 은밀하게 접근하는 등의 사냥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죽인 새끼를 먹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 게 주요 이유였다.

서부저지고릴라 우두머리 수컷(실버백)의 모습. 고릴라 아종 가운데 가장 작지만 실버백은 키 1.8m 무게 270㎏까지 나간다. 마리우스 트리엔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서부저지고릴라 우두머리 수컷(실버백)의 모습. 고릴라 아종 가운데 가장 작지만 실버백은 키 1.8m 무게 270㎏까지 나간다. 마리우스 트리엔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부족한 먹이를 둘러싼 종 간 경쟁이 그럴듯한 원인으로 제시됐다. 데슈너는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와 고릴라, 코끼리가 같은 먹이 자원을 공유하는데 경쟁이 심해지면서 치명적인 조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돌은 침팬지와 고릴라의 먹이가 60∼80% 겹치는 시기에 일어났다.

연구자들은 침팬지 수컷이 경쟁 상대 무리의 새끼를 죽이는 행태가 고릴라를 상대로 되풀이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실버백이 가족을 버리고 일찍 도망친 이유도 익숙지 않은 사람(연구진)의 출현 때문이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93829-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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