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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호주엔 “이 멍청아!” 사람 말 흉내 내는 오리가 산다

등록 2021-09-07 14:43수정 2021-09-07 18:06

[애니멀피플]
어린 시절 사육사와 지내…앵무나 명금류 수준, 소리 흉내는 언어 출발점
‘말하는 오리’로 밝혀진 호주의 사향오리. 부리 밑에 커다란 볏이 달려 있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말하는 오리’로 밝혀진 호주의 사향오리. 부리 밑에 커다란 볏이 달려 있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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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물이 소리 내는 능력을 타고날 뿐 태어난 뒤 소리 내는 법을 배우는 동물은 드물다. 사람을 비롯해 코끼리, 고래, 물개, 박쥐 등이 포유류 가운데 소리 학습능력을 지닌다.

새 가운데는 앵무와 명금류, 벌새가 이런 엘리트 동물 무리에 포함된다. 뜻밖에도 이들보다 훨씬 먼저 진화한 원시적 계통인 오리 가운데서 포유류에서도 드문 소리 배우는 능력이 발견됐다. 배워서 소리내기는 사람의 언어 발달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사향오리 수컷. 수컷은 몸길이 60∼70㎝에 이르는 대형 종으로 날기보다 잠수를 선호한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향오리 수컷. 수컷은 몸길이 60∼70㎝에 이르는 대형 종으로 날기보다 잠수를 선호한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카렐 텐 케이트 네덜란드 레이던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필로소피컬 트랜스액션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인 사향오리가 소리를 배워 흉내 낸다고 보고했다.

그는 호주에 ‘말하는 오리’가 있다는 소문을 추적해 30여년 전 사람이 기르던 사향오리가 문을 쾅 닫는 소리나 삐걱거리는 소리는 물론 사육사로부터 배운 것이 틀림없는 “이 멍청아!”라는 말소리도 그대로 흉내 내는 녹음테이프를 확보했다.

동물행동학자인 텐 케이트 교수는 이 소리를 정밀분석한 결과 “앵무와 명금류에 견줄 만한 뛰어난 소리 학습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35년 전 녹음된 이 소리를 소리 학습 분야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게 놀랍다”며 “이번 연구는 아주 특별한 재발견”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오리의 이상한 소리를 녹음한 이는 이 논문의 공저자인 호주의 은퇴 과학자 피터 풀라가르였다. 그는 호주 캔버라 인근의 한 자연 보호구에서 이 오리를 길렀다. 야생의 둥지에서 구한 알을 암컷이 품게 해 태어난 ‘리퍼’란 이름의 사향오리 수컷은 사람 손에서 자랐고 문제의 소리를 녹음한 것은 성숙한 4살 때인 1987년이었다.

야생 사향오리는 수컷이 암컷보다 3배나 큰 대형 물오리로 번식기 때 수컷이 독특한 사향 냄새를 풍긴다. 수컷은 과시 행동으로 발로 물을 차며 독특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

그러나 사육장에서만 자란 리퍼는 어릴 때 자주 들었던 3가지 소리 곧 문을 닫는 소리, 문을 닫고 웅얼거리는 소리, 그리고 ‘이 멍청아!(You bloody fool)’를 과시 행동 때 내는 것처럼 되풀이했다. 오리가 낸 소리는 실제 사물과 사람 목소리와 매우 비슷해 연구자들은 “매우 정교하고 유연한 발성 조절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플라가르는 2000년 사육하던 또 다른 사향오리의 소리도 녹음했는데 이번에는 함께 자라던 다른 종 오리의 ‘꽥꽥’ 소리를 그대로 흉내 냈다. 연구자들은 이밖에 영국에서 사육하던 사향오리가 사육사의 기침 소리나 주변 말의 히힝거리는 소리 등을 흉내 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향오리 암컷. 적은 수의 새끼를 다 자랄 때까지 오래 돌본다. 이런 강한 유대와 애착이 소리 학습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향오리 암컷. 적은 수의 새끼를 다 자랄 때까지 오래 돌본다. 이런 강한 유대와 애착이 소리 학습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왜 이들 오리는 종 특유의 소리 대신 배운 소리를 낸 걸까. 연구자들은 “사향오리가 적은 수의 새끼를 거의 성체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 어미가 돌보는 생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오리보다 돌보는 상대와 강한 유대를 맺고 그로부터 얻은 경험과 학습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번식에 노랫소리가 중요한 명금류가 새끼 때 들은 노랫소리를 나중에 번식기 때 쓰는 것처럼 사향오리 리퍼도 어릴 때 사육환경에서 들은 소리를 커서 과시 행동에 활용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한국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의 사례가 ‘말하는 오리’ 리퍼와 비슷하다고 밝혔다(▶인도코끼리 코식이는 ‘외로움’ 때문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에버랜드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사육사와의 강한 애착이 소리를 낸 배경으로 밝혀졌다. 박미향 기자
에버랜드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사육사와의 강한 애착이 소리를 낸 배경으로 밝혀졌다. 박미향 기자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는 육상조류보다 9000만년 먼저 계통이 갈린 오리류에서도 독립적으로 소리 학습능력이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왜 다른 오리에서는 이런 능력이 확인되지 않는지 등은 앞으로 규명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DOI: 10.6084/m9.figshare.c.551543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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