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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나무는 바위에서 물을 빨아들인다, 그것도 많이

등록 2021-09-09 15:35수정 2021-09-14 14:25

[애니멀피플]
토양 밑 수십m까지 풍화 기반암의 틈과 구멍에 수분 저장
강수량 27% 머금어 나무에 공급…기후변화 대응 달라져
암반 속으로 뿌리내린 참나무. 얇은 토양층과 지하수층 사이에 있는 풍화 기반암은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수원지로 밝혀졌다. 에리카 매코믹 제공.
암반 속으로 뿌리내린 참나무. 얇은 토양층과 지하수층 사이에 있는 풍화 기반암은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수원지로 밝혀졌다. 에리카 매코믹 제공.
토양층이 얇은 바위산의 나무들은 왜 가물어도 말라죽지 않을까. 바위틈 깊이 뻗은 뿌리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우리는 바위에서 물을 짜낼 수 없지만 나무는 그 일을 해낸다. 게다가 어쩌다 가뭄 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암석 수분’이 토양보다 중요한 수원지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리카 매코믹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학생 등은 9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숲이 기반암에서 뽑아내는 물의 양은 해마다 미국의 인공저수지 전체 물의 양을 넘어선다”고 추산했다. 기반암은 지하수층에 도달하기 전 토양층 아래 수십m 깊이에 이르는 암석층으로 풍화를 받아 가는 틈과 작은 구멍이 많아 이곳에 수분이 저장된다.

토양층과 지하수층 사이에는 10m 깊이에 이르는 풍화 기반암층이 놓여 있다. 이곳의 절리와 공극에 고인 수분은 양이 막대하며 식물에 주요한 수분 공급원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제공.
토양층과 지하수층 사이에는 10m 깊이에 이르는 풍화 기반암층이 놓여 있다. 이곳의 절리와 공극에 고인 수분은 양이 막대하며 식물에 주요한 수분 공급원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라 렘페 교수는 “식물학자들은 이미 1세기 전부터 기반암까지 뻗은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하곤 했지만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며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해지면서 기반암은 숲을 이해하는 데 핵심 요인이 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렘페 교수팀은 2018년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나무가 암석 수분에서 물을 빨아들이며 가뭄 때 거기 의존에 살아간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때 연구자들은 풍화 기반암을 굴착해 암석 수분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기반암이 식물 생존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가뭄이 들어 토양이 말라도 풍화 기반암의 수분은 다음 우기까지 아주 천천히 줄어들었다. 풍화 기반암이 저장하는 물의 양은 강수량의 27%에 이르렀다.

렘페 교수팀이 풍화 기반암을 굴착해 식물과 암석 수분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조사하는 모습.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제공.
렘페 교수팀이 풍화 기반암을 굴착해 식물과 암석 수분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조사하는 모습.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풍화 기반암이 저장하는 물의 양을 추정했다. 그 결과 숲의 24%가 기반암에서 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숲 생태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해마다 숲이 기반암에서 흡수해 공기로 뿜어내는 물의 양이 20㎦(200억t)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 전체 저수량과 비슷하고 가정 물 소비량의 3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나무가 증산작용으로 공기로 내보내는 수분의 50% 이상이 암석에서 온 것인데, 암석의 수분은 토양보다 최고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반암에서 식물이 다량의 수분을 흡수하는 사실이 이제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기후변화 모델에서 식물의 증산량을 과소평가했음을 뜻한다. 또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해졌을 때 식물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히 알려면 암석 수분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기반암에 다량의 수분이 저장되는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런데 기후모델에서 이런 사실은 빠져 있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1-0376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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