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봉황’이라 불러다오…몸보다 1.5배 긴 꼬리, 새 화석 발견

등록 2021-09-17 14:40수정 2021-09-17 14:51

[애니멀피플]
비행에 지장 줬지만 암컷 유혹…‘성 선택’의 가장 오랜 사례
중국 동북부 랴오닝 성에서 발굴된 백악기초 고대 새의 화석. 비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긴 꼬리가 이채롭다. 왕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중국 동북부 랴오닝 성에서 발굴된 백악기초 고대 새의 화석. 비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긴 꼬리가 이채롭다. 왕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공작 수컷의 크고 화려한 꼬리 깃털은 날기에 거추장스럽고 포식자의 눈길을 끌며 유지관리도 힘들다. 그러나 암컷의 눈을 사로잡기 때문에 이런 형질은 살아남았다. 이른바 다윈이 제기한 성 선택이다.

1억2000만년 전 중국 동북부에 살던 멸종한 고대 새에서도 성 선택이 작동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왕민 중국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자 등은 17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자기 몸보다 긴 꼬리를 지닌 새로운 고대 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새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봉황의 일종인 위안추에서 따온 ‘위안추아비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 대로 이 새는 부채처럼 펼치는 짧은 꼬리 깃털에 더해 두 개의 긴 꼬리 깃털이 몸의 1.5배 이상 길이로 뻗은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공동저자인 징메이 오코너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 고생물학자는 “두 종류의 꼬리 깃털을 모두 갖춘 화석 조류는 처음 본다”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새로 발견된 고대 새 위안추아비스의 상상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새였던 에난티오르니테스 계통의 새는 대부분 이와 날개 발톱을 지녔다. 장 하오천 제공.
새로 발견된 고대 새 위안추아비스의 상상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새였던 에난티오르니테스 계통의 새는 대부분 이와 날개 발톱을 지녔다. 장 하오천 제공.

연구자들은 부채 모양의 꼬리 깃털을 비행에 썼지만 긴 꼬리 깃털은 공기저항이 커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짝짓기 때 암컷의 눈길을 끄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왕민 교수는 “이번 발견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 새 진화 역사의 초기부터 어떻게 새 꼬리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밀접하게 작용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새의 꼬리 깃털이 현생 태양새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새는 멸종한 중생대 새 계통인 에난티오르니테스에 속한다. 당시 세계 전역에서 번성한 이 새들은 부리에 이가 달리고 날개 끝에 발톱이 나 있지만 대체로 현대 새와 외모는 비슷했다.

위안추아비스는 긴 장식 깃을 지닌 현생 조류인 태양새와 꼬리 깃털 구조가 비슷하다.
위안추아비스는 긴 장식 깃을 지닌 현생 조류인 태양새와 꼬리 깃털 구조가 비슷하다.

날기에도 불편하고 포식자의 눈에도 잘 띄는 이런 과시형 깃털이 발달한 이유를 오코너는 수컷이 자신의 가치를 내보이는 ‘솔직한 표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컷 새가 이토록 거추장스러운 꼬리 깃털을 지닌 수컷을 보면 ‘그러고도 살아남은 걸 보니 유전자 하나는 훌륭하겠네’라고 판단할 것 같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장식 깃털이 발달한 배경으로 이 새의 서식지가 울창한 숲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의 열대림에도 수풀 사이로 짝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과장된 장식 깃을 지닌 새들이 많다. 반대로 탁 트이고 거친 환경에서 사는 바닷새의 꼬리는 대개 짧아 유선형 몸매를 이룬다.

연구자들은 또 “포식자의 눈에 띄는 깃털 때문에 이 새는 새끼 기르기를 평범하게 생긴 암컷에게 모두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새를 포함한 에난티오르니테스 계통의 고대 새는 공룡과 함께 6600만년 전 모두 멸종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8.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이웃 반려묘 내동댕이쳐 죽게 하곤 “길고양이인 줄” 궤변 1.

이웃 반려묘 내동댕이쳐 죽게 하곤 “길고양이인 줄” 궤변

풀잎에 맺힌 ‘진주알’…나비가 꽃처럼 뒤죽박죽 태어나는 4월 여름 2.

풀잎에 맺힌 ‘진주알’…나비가 꽃처럼 뒤죽박죽 태어나는 4월 여름

“죽기 직전까지 약 먹이며 돌고래쇼”…거제씨월드 처벌 목소리 3.

“죽기 직전까지 약 먹이며 돌고래쇼”…거제씨월드 처벌 목소리

원인 불명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확산…‘이 증상’ 땐 바로 병원으로 4.

원인 불명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확산…‘이 증상’ 땐 바로 병원으로

뱀은 냄새로 자신을 인식한다…거울 속 비친 모습 못 봐도 5.

뱀은 냄새로 자신을 인식한다…거울 속 비친 모습 못 봐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