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와 에뮤 다음으로 큰 화식조. 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열대림에 서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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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열대림에 사는 화식조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새’로 불린다. 날지 못하는 이 새는 다리가 굵고 튼튼한 데다 발가락 하나에는 12㎝ 길이의 단검 같은 발톱이 달려있어 단번에 상대의 배를 가르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뉴기니 원주민은 닭을 가축화하기 수천 년 전부터 화식조의 알을 수집해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길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티나 더글러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28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땅을 딛는 안쪽 발가락에는 길이 12.5㎝에 이르는 날카롭고 커다란 발톱이 달려있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더글러스 교수는 “화식조는 닭처럼 작은 새가 아니라 가장 작은 종이라도 무게가 20㎏이나 나가는 덩치에다 성미가 고약하기로 유명하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가 조류를 기른 세계에서 가장 이른 사례일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닭은 동남아 정글에 사는 적색야계를 약 1만년 전 가축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연구자들은 원주민들이 화식조가 알을 품은 둥지에서 깨어나기 직전의 알을 끄집어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더글러스 교수는 “알에서 깬 화식조는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간주하는 각인효과 때문에 성체까지 쉽게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기니에서는 현재도 화식조를 기르며 이 새의 깃털, 고기, 뼈, 알이 모두 값지게 여겨 교역의 대상이다.
화식조는 현재도 주민이 기른다. 알에서 깰 때 처음 본 사람을 어미로 따르기 때문이다. 앤디 맥 제공.
연구자들은 화식조를 기른 증거를 찾기 위해 뉴기니 동부 고산지대의 두 유적지에서 발굴한 1만8000∼6000년 전 화식조 알껍데기 1000여개를 정밀 분석했다. 새의 배아는 알껍데기에 포함된 칼슘을 섭취해 뼈대를 이룰 양분으로 삼기 때문에 알 품기가 진행하면서 차츰 변해가는 알껍데기의 성분과 형태를 정밀 분석하면 어느 발생 단계의 알인지 알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 결과 알껍데기의 미세구조는 대부분은 부화 며칠 전 상태로 드러났다. 더글러스 교수는 “원주민들은 알을 아무거나 가져온 게 아니라 발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들만 골랐다”며 “껍데기를 불에 구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화 직전의 배아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르기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깨어나기 직전 단계의 화식조 알을 훔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화식조는 수컷이 땅바닥에 둥지를 틀고 3∼5개의 알을 약 50일 동안 품으며 부화한 새끼를 9달 동안 돌본다. 그러나 둥지를 깊은 숲의 은밀한 곳에 트는 데다 해마다 장소를 바꾸고 수컷은 50일 동안 둥지를 거의 비우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원주민들이 화식조를 부화시켜 기를 수 있으려면 이 새가 어디에 둥지를 트는지 언제 알을 낳는지 또 어떻게 알을 끄집어낼지 알아야 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지속적인 알 채집이 화식조 개체군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을 텐데도 멸종하지 않은 이유도 앞으로 밝힐 과제”라고 덧붙였다.
대양 섬에서 비행을 포기하고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한 거대 새 가운데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와 뉴질랜드의 모아 등 대부분은 멸종했지만 화식조는 예외적으로 살아남았다(▶
기꺼이 비행을 포기한 새들에게 인류는 재앙이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00117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