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사랑 위해 목숨 걸고 먹는 코끼리물범 수컷

등록 2022-02-14 15:00수정 2022-02-15 11:51

[애니멀피플]
먹이 많지만 포식자가 들끓는 대륙붕서 사냥
사망률 먼바다서 사냥하는 암컷보다 최고 6배
짝짓기하는 북방코끼리물범. 수컷은 암컷보다 최고 7배 크며 가장 큰 수컷을 뺀 대부분의 수컷은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짝짓기하는 북방코끼리물범. 수컷은 암컷보다 최고 7배 크며 가장 큰 수컷을 뺀 대부분의 수컷은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공작이나 원앙은 암컷과 수컷의 겉모습이 워낙 달라 별개의 종처럼 보인다. 포유동물에서 이런 대표적 사례는 코끼리물범이다.

알래스카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서해안에 서식하는 북방코끼리물범 수컷은 암컷보다 3∼7배나 덩치가 크며 코끼리처럼 긴 코를 지녀 암컷과 매우 다른 모습을 지녔다. 어디서 어떤 먹이를 찾느냐가 코끼리물범의 이런 성적 형태 차이를 불러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라 키너 미국 샌터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진화생물학자 등은 코끼리물범 200여 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10년에 걸쳐 이동 양상과 잠수 행동 사망률 등을 조사했다.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북방코끼리물범 이동 경로의 성별 차이. 붉은색이 암컷이다. 새라 킨러 외 (2022)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북방코끼리물범 이동 경로의 성별 차이. 붉은색이 암컷이다. 새라 킨러 외 (2022)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수컷 물범은 대부분 얕은 대륙붕에서 사냥하지만 암컷은 원양으로 나간다”며 “수컷은 먹이가 풍부한 연안에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 번식에 대비하지만 그 대가로 포식자에 잡혀먹힐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코끼리물범은 번식하는 2달과 털갈이하는 1달을 빼고 늘 바다에서 산다. 그런데 암·수의 사냥터는 전혀 다르다.

암컷은 먼바다로 나가 대양의 표층과 심층 사이인 중층 원양대에서 샛비늘치과의 소형 심해어와 대왕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수컷은 연안을 따라 대륙붕을 벗어나지 않는다(▶코끼리물범의 고단한 삶...온종일 심해 잠수 '멸치' 사냥).

새끼를 기르는 코끼리물범 암컷. 거의 해마다 새끼를 낳는 암컷으로선 번식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길은 위험을 피해 오래 사는 것이다. 제리 커크하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끼를 기르는 코끼리물범 암컷. 거의 해마다 새끼를 낳는 암컷으로선 번식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길은 위험을 피해 오래 사는 것이다. 제리 커크하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추적장치를 붙인 코끼리물범도 암컷은 평균 470㎞ 밖 심해의 중층인 수심 500∼600m에서 사냥했고 수컷은 대부분 30㎞ 이내의 거리인 수심 230m의 대륙붕에서 먹이를 찾았다. 대륙붕은 먼바다보다 생산성이 높아 수컷은 바다 밑바닥에서 소형 상어나 문어, 물고기 등을 많이 잡아먹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그 결과 수컷은 암컷보다 체중 증가량이 6배나 크고 에너지를 획득하는 속도도 4.1배 빨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암컷은 신속하게 많은 먹이를 얻을 수 있는 대륙붕에서 사냥하지 않는 걸까.

추적장치를 부착한 코끼리물범의 사망률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0년 동안 추적장치의 신호가 끊긴 개체는 3마리 가운데 1마리꼴이었다.

기계적 결함을 뺀 사망률은 수컷이 45%에 이르렀지만 암컷은 12%에 그쳤다. 개체별로는 사망률 차이가 6배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무선추적 기록만으로 사인을 알기는 어렵지만 연안에서 코끼리물범의 주요 포식자는 백상아리와 범고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장 큰 강자만 짝짓기할 수 있는 수컷 코끼리물범에게는 설사 포식자에게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크더라도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빨리 몸집을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 마이클 베어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장 큰 강자만 짝짓기할 수 있는 수컷 코끼리물범에게는 설사 포식자에게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크더라도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빨리 몸집을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 마이클 베어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결국 수컷 코끼리물범은 먹이가 많지만 동시에 포식자가 들끓는 대륙붕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하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코끼리물범의 번식 방법에서 찾았다.

코끼리물범 수컷은 길이 5m 무게 2300㎏까지 자란다. 큰 덩치 유지에 많은 에너지가 드는 데다 번식기 때는 평소보다 5∼6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코끼리물범은 가장 크고 강한 수컷만이 짝짓기를 할 수 있어 큰 몸집을 확보하기 위해 죽을 위험을 감수하는 번식전략을 편다”며 “대조적으로 암컷은 평생 해마다 새끼를 낳기 때문에 번식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피해 오래 사는 전략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암컷의 6%는 수컷처럼 연안으로 이동했지만 사냥은 대륙사면 근처의 심해에서 했고 수컷도 먼바다를 가로질러도 사냥은 대륙붕에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더 나은 먹이와 죽을 위험 사이의 상충관계가 암컷과 수컷이 최선의 적응을 하는 데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북미 서해안의 북방코끼리물범 번식지 모습. 19세기 말 수십 마리까지 줄었지만 현재 24만 마리 가까이 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 서해안의 북방코끼리물범 번식지 모습. 19세기 말 수십 마리까지 줄었지만 현재 24만 마리 가까이 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끼리물범은 지방 채취를 위한 남획으로 19세기 말 20∼40마리까지 줄어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현재 24만 마리로 개체수가 불었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105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