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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과학자보다 똑똑한 호주까치, 추적장치 협동 제거

등록 2022-02-24 15:07수정 2022-02-24 15:38

[애니멀피플]
무리 동료가 장치의 ‘약한 고리’ 찾아 떼어내…구조 행동 드문 사례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이다. 난관에 놓인 동료를 돕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비에게 먹이를 조르는 새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이다. 난관에 놓인 동료를 돕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비에게 먹이를 조르는 새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도 생태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신형 위성 추적장치를 개발한 조류학자들은 시험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까치 5마리에 이 장치를 매달았다. 그러나 몇 시간도 지나기 전에 새들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추적장치를 대부분 제거해 연구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대신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새들 가운데 처음으로 추적장치를 제거하는 협동 행동과 곤란한 동료를 구해주는 드문 구조 행동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호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호주 현장 조류학’ 최근호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도미니크 포트빈 오스트레일리아 선샤인 코스트대 박사 등은 새의 이동 행동을 연구하는 핵심 장비인 초소형 위성추적장치를 개발했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체 무게가 2.7g에 지나지 않으면서 원하는 장소에서 추적장치가 저절로 떨어져 회수하는 혁신적 설계였다. 정기적으로 사료를 주는 먹이터에 자석을 설치하면 새를 포획하지 않고도 추적장치가 떨어져 나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새를 포획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위성 추적장치 개념도. (a) 추적장치(본체의 길이 1.5㎝, 원은 장치가  탈부착하는 연결고리) (b)∼(d) 먹이터에 온 새의 추적장치가 자석의 힘으로 떨어져 나와 회수되는 모습. 사진 롭 애플비, 그림 조엘 크램프턴 외 (2022) ‘호주 현장 조류학’ 제공.
새를 포획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위성 추적장치 개념도. (a) 추적장치(본체의 길이 1.5㎝, 원은 장치가 탈부착하는 연결고리) (b)∼(d) 먹이터에 온 새의 추적장치가 자석의 힘으로 떨어져 나와 회수되는 모습. 사진 롭 애플비, 그림 조엘 크램프턴 외 (2022) ‘호주 현장 조류학’ 제공.
포트빈 박사는 “애초 우리의 목적은 이 지적인 새의 이동과 사회적 동역학에 관해 알아보고 새로 개발한 내구성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치를 시험하는 것”이었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배운 건 새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이었다”고 전문가 매체인 ‘컨버세이션’에 투고한 글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려고 오스트레일리아까치 5마리를 포획해 등에 배낭처럼 추적장치를 매달았다. 풀려난 어린 새 한 마리는 등짐을 벗으려 시도했고 이 모습을 본 다른 어린 새가 추적장치를 쪼며 제거하려 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성체 암컷 한 마리가 다가와 이곳저곳을 쪼아 결국 장치를 떼어냈다. 장치를 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의 새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1시간 안에 장치를 제거했다.

연구자들은 “추적장치의 유일한 약점은 자석의 힘으로 분리되는 연결고리인데 바로 이곳에 꽤 강한 힘을 가해야 떨어진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포트빈 박사는 “같은 개체가 이런 일을 했는지 아니면 서로 나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들이 이런 식으로 협동해서 몸에 매단 추적장치를 떼어냈다는 사례는 문헌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유라시아의 까치와 다른 과의 새이지만 초기 정착민이 유럽의 까치와 비슷하다며 이런 이름을 붙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유라시아의 까치와 다른 과의 새이지만 초기 정착민이 유럽의 까치와 비슷하다며 이런 이름을 붙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호주에서 흔한 숲제비과의 새로(유라시아의 까치와는 가깝지 않다) 2∼12마리가 사회적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행동이 이 새들이 서로 깃털을 골라주는 것과 같은 사회적 협동 행동의 일환이거나 난관에 부닥친 동료에 대한 구조 행동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물의 구조 행동은 개미에서 널리 알려졌지만(▶부상 동료 구조해 치료하는 아프리카 사냥 개미) 새 가운데는 새잡이나무의 끈끈이 씨앗에 걸린 동료를 구해내는 세이셸 울새의 사례가 유일하다.

새잡이나무의 끈끈이 씨앗에 걸린 세이셸 울새. 이 사진은 연구자가 끈끈이에 붙은 새를 구해주는 모습이지만 이 새의 동료도 구조 행동을 한다. 마르틴 해머스 제공.
새잡이나무의 끈끈이 씨앗에 걸린 세이셸 울새. 이 사진은 연구자가 끈끈이에 붙은 새를 구해주는 모습이지만 이 새의 동료도 구조 행동을 한다. 마르틴 해머스 제공.
포트빈 박사는 “오스트레일리아까치가 지능이 높고 사회적 동물이라는 건 잘 알려졌지만 자신에게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데도 무리의 동료를 돕는 언뜻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추적장치를 떼어내는 행동은 문제를 해결하는 복잡한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인용 논문: Australian Field Ornithology, DOI: 10.20938/afo3900701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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