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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유전적 업그레이드? 아시아인은 어떻게 해조류 소화하게 됐나

등록 2022-03-07 16:13수정 2022-03-07 18:47

[애니멀피플]
매일 해조류 먹은 조상, 함께 삼킨 세균이 ‘소화 유전자’ 전달
해양생물 도움받아 적어도 4차례 장내세균 ‘유전자 업그레이드’
김 양식장의 모습. 동아시아인에게는 낯익은 먹거리이지만 애초 사람은 김의 섬유질(다당류)을 분해할 효소를 분비하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 양식장의 모습. 동아시아인에게는 낯익은 먹거리이지만 애초 사람은 김의 섬유질(다당류)을 분해할 효소를 분비하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꼭꼭 씹어 삼키더라도 먹는 음식을 모두 사람이 소화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의 섬유질은 큰창자에서 40조 마리가 사는 대장균이 분해해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으로 바꾼다.

바닷말(해조류)도 섬유질을 지니는데 육상식물과는 화학구조가 많이 달라 장내세균도 분해하지 못한다. 사람이 해조류를 소화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해안에 사는 중국인은 수천 년 전부터 해조류를 먹어 왔다. 우리나라 해안에만도 500여 종의 해조류가 분포하고 그 가운데 김, 미역, 다시마, 파래, 우뭇가사리, 톳, 감태, 매생이 등 50여 종을 식용한다.

동아시아인이 해조류 소화능력을 보유한 이유는 “장내세균이 해조류를 소화해 섭취할 수 있도록 ‘유전적 업그레이드’를 거듭했기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얀 헨드릭 헤허만 독일 막스플랑크 해양생물학 연구소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세포 숙주 및 미생물’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적어도 4차례에 걸쳐 해조류 분해 유전자가 인간의 장내세균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람의 큰창자에는 40조개의 세균이 자라면서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섬유질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로 바꾼다. 1만배로 확대한 대장균 무리. 미 농무부 제공.
사람의 큰창자에는 40조개의 세균이 자라면서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섬유질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로 바꾼다. 1만배로 확대한 대장균 무리. 미 농무부 제공.
바다에는 해조류가 자라는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는 세균도 많다. 그런데 어떤 과정으로 해조류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효소 분비 유전자가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교신저자인 에릭 마르텐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바다의 해조류 분해세균이 해조류를 먹은 사람을 통해 곧바로 들어왔는지 또는 훨씬 복잡한 경로를 거쳐 오게 됐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바닷속의 분해세균과 해조류를 사람이 함께 섭취한 뒤 큰창자에서 분해세균으로부터 장내세균으로 유전자가 ‘수평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날마다 해조류를 먹는 사람의 큰창자는 해조류의 섬유질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에게 기회의 땅이었을 것이다.

그런 유전자 업그레이드의 기회는 매우 드물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평가했다. 김 표면에 묻은 세균이 가공과 조리과정에서 살아남아 삼켜진 뒤 위장과 작은창자를 거쳐 살아남아야 장내세균과 만나 유전자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큰창자에 자리 잡은 해조 분해 장내세균은 엄마에서 자식으로 쉽게 이어진다.

서구에 해조류 음식을 가장 일찍 알린 일본의 초밥. 세계에서 일본인 만 해조류를 소화할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픽사베이 제공.
서구에 해조류 음식을 가장 일찍 알린 일본의 초밥. 세계에서 일본인 만 해조류를 소화할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픽사베이 제공.
헤허만 교수 등은 애초 2010년 김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의간균의 유전자를 일본인의 장내세균에서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리암 제크 프랑스 로스코프 생물학연구소 연구원은 “해조류 분해 유전자를 일본인 장내세균에서 발견한 것은 단지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세계에서 일본인만이 해조류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졌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새 연구에서는 일본인뿐 아니라 중국인의 장내세균에서도 해조류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다수 확인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지만 이번 연구의 분석대상은 아니었다. 해조류를 섭취하는 전통은 동아시아 외에도 북미 해안지역과 아이슬란드 등에 일부 남아있다.

바닷가에서 채집해 먹는 미역. 유럽인은 미역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데다 주워 먹는 음식이라는 거부감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바닷가에서 채집해 먹는 미역. 유럽인은 미역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데다 주워 먹는 음식이라는 거부감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의간균은 장내세균에 많으며 육지와 바다 등 환경에 널리 분포한다. 이번 연구에서 김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종뿐 아니라 다른 해조류를 분해하는 의간균의 유전자도 여러 사람의 장내세균 군에서 확인했다.

또 다른 장내세균인 후벽균도 해조류의 다당류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획득한 것으로 밝혔다. 마르텐스 교수는 “후벽균은 애초 물고기 창자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해조류 분해 유전자가 장내에 사는 후벽균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장내세균이 얼마나 적응력이 뛰어난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해조류는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 항산화 물질이 많고 단백질 함량도 김 47% 등 뛰어나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해조류는 성장이 빠르고 토지와 물이 필요 없어 대용 축산 사료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인용 논문: Cell Host & Microbe, DOI: 10.1016/j.chom.2022.02.0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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