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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얼굴도 못 긁는 티라노의 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등록 2022-04-06 11:00수정 2022-04-06 11:43

[애니멀피플]
사람 빗대면 180㎝에 팔 길이가 13㎝인 모양새
짝짓기때 암컷 붙들려고? 쉴 때 땅짚으려고?…근거 희박
“무리가 함께 사냥감 먹을때 팔 물어뜯길까봐 작게 진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수’의 골격 화석. 거대한 머리와 뒷다리에 견줘 왜소한 팔이 눈에 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수’의 골격 화석. 거대한 머리와 뒷다리에 견줘 왜소한 팔이 눈에 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지상 최대 육식공룡의 하나로 몸길이 14m에 1.5m 길이의 머리에는 30㎝에 이르는 날카로운 이가 달렸다. 그러나 우람한 뒷다리와 달리 팔은 몸집에 견줘 터무니없이 왜소해 1m가 안 된다. 사람으로 치면 키 180㎝에 팔 길이가 13㎝인 셈이다.

너무 짧아 머리를 긁기는커녕 입에 닿지도 않고 거대한 머리 앞으로는 조금도 미치지 못하는 티라노의 팔은 어디에 쓰는 기관일까. 짝짓기 때 암컷을 붙들 때 쓴다는 주장부터 수많은 가설과 논란이 100년 넘게 계속됐다.

케빈 파디언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명예교수이자 이 대학 고생물학박물관 학예사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설을 내놨다. 무엇에 쓰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다른 티라노와 함께 사냥감을 먹을 때 공격받아 팔이 잘리지 않기 위해 작아졌다는 것이다.

1900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을 몬태나에서 처음 발견한 미국의 화석 사냥꾼 바르넘 브라운은 너무 작은 팔 골격을 다른 공룡의 것으로 간주했다. 이 공룡을 학계에 보고한 헨리 페어필드 오즈번은 이 왜소한 팔이 교미 때 암컷을 붙들기 위한 것이라는 첫 가설을 밝혔다. 상어에 비슷한 기관이 있다는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였지만 거대한 암컷 티라노를 붙잡기엔 너무 작고 약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짝짓기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 이때 팔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가장 먼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의 짝짓기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 이때 팔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가장 먼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후 나온 가설에는 팔을 흔들어 상대의 주의를 끄는 사회적 신호설, 땅에서 몸을 일으킬 때 딛는 용도설, 잡은 먹이를 들어 올리거나 누르는 도구설, 적을 발톱으로 찌르는 무기설, 그리고 아무 기능도 없으니 신경 쓸 것 없다는 설 등이 있다.

파디언 교수는 오랜 공룡 전문가로서 수업시간에 학생들로부터 20년 넘게 “티라노의 팔은 왜 이리 작냐?”는 질문을 받았다. 화석 기록을 보면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은 팔이 길었다. 길던 팔은 왜 작아졌을까?

그는 “기존 가설을 검토해 보니 모두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애초 작은 팔로는 불가능한 기능이었다”며 “모두 작아진 팔의 용도만 얘기할 뿐 왜 작아졌느냐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팔이 너무 짧아 서로 건드리거나 입에 닿지도 않는 데다 움직이는 각도도 매우 제한적”이라며 “엄청난 크기의 살상 기계인 머리와 목이 팔보다 훨씬 앞에 있다”고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작은 팔을 설명하는 가설의 약점은 왜 작아졌나를 설명하지 못하고 또 팔이 더 길었다면 더 잘 수행했을 기능이라는 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작은 팔을 설명하는 가설의 약점은 왜 작아졌나를 설명하지 못하고 또 팔이 더 길었다면 더 잘 수행했을 기능이라는 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관점을 바꿔 팔이 짧아지면 무슨 이득이 생기는지 알아봤고 이런 새 가설을 세우게 됐다. “티라노사우루스류의 팔이 계통적으로 작아진 것은 팔의 기능과 관련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큰 팔이 사체를 함께 먹는 습성이 있는 성체 티나로사우르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화석 산지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집단사냥을 했다는 증거나 나왔음을 새 가설의 근거로 삼았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상 식사 자리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냥한 동물 옆에 여러 마리의 성체 티라노사우루스가 모인다. 믿지 못할 만큼 강력한 턱과 이를 갖춘 거대한 머리를 서로 밀어 넣고 고기를 잘라내 우적우적 씹는다. 한 마리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동료를 노려본다. 경고하기 위해 눈앞에서 흔들리는 팔을 물어 잘라낸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무리 사냥을 했다는 화석 증거는 여럿 나왔다. 율리우스 초토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가 무리 사냥을 했다는 화석 증거는 여럿 나왔다. 율리우스 초토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제공.

심각하게 물어뜯긴 상처는 감염과 출혈, 쇼크를 일으키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의도적이고 우발적인 팔 부상을 막기 위해 점차 작은 팔로 진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파디언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코모도왕도마뱀도 성체들이 사냥감에 모여 함께 먹는데 서로 상처를 입히는 일이 빈발한다”고 말했다.

6600만년 전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팔이 왜 작아졌는지 입증할 증거를 찾는 일은 어렵다. 그는 “이 가설을 엄밀하게 입증하는 것은 절대 가능하지 않겠지만 상관관계를 증명할 방법은 있다며 ‘화석 크라우드 소싱’을 제안했다. 전 세계 티라노사우루스류 화석의 팔 부위에 남은 물린 흔적을 조사한다면 팔이 짧아지면서 덜 물렸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먹이에 몰려든 코모도왕도마뱀. 파충류 최대 포식자로 사냥한 먹이를 함께 먹고 그 과정에 서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공.
먹이에 몰려든 코모도왕도마뱀. 파충류 최대 포식자로 사냥한 먹이를 함께 먹고 그 과정에 서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픽사베이 제공.

그는 “티라노사우루스류를 포함한 여러 육식공룡에서 팔이 작아지면 비슷한 변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났지만 방법은 다 달랐을 것”이라며 “타조와 에뮤, 레아가 다른 방식으로 날개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폴란드 고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바닥에 앉아 쉬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앞발을 쉴 때 받침대로 썼다는 가설에 따라 구성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닥에 앉아 쉬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앞발을 쉴 때 받침대로 썼다는 가설에 따라 구성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논문: Acta Palaeontologia Polonica, DOI: 10.4202/app.00921.202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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