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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거미원숭이가 벌레 먹은 열매를 골라 먹는 이유

등록 2022-04-11 10:57수정 2022-04-13 13:53

[애니멀피플]
모르는 사이 애벌레 삼키는 ‘숨은 육식’ 통해 부족한 단백질 보충
거미원숭이는 나무를 타고 열매를 주식으로 하는데 열매와 함께 다량의 곤충 애벌레도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거미원숭이는 나무를 타고 열매를 주식으로 하는데 열매와 함께 다량의 곤충 애벌레도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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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원숭이는 긴 꼬리와 사지를 이용해 열대림 나무 위를 다니며 열매로 배를 채우는 중·남미 영장류이다. 그러나 일부 거미원숭이들은 열매 가운데 유독 다른 원숭이가 기피하는 벌레 먹은 열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레사 크리스티나 도스 산투스-바르네트 브라질 아마조나스 연방대 생물학자 등은 ‘국제 영장류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브라질 타파조스 강 유역에 서식하는 검은얼굴거미원숭이와 흰뺨거미원숭이 등 2종이 먹고 버린 열매를 조사했더니 나무 종의 85%에서 열매에 애벌레가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13달 동안 이들 원숭이를 따라다니며 나무에서 먹고 떨어뜨린 열매를 주워 어떤 벌레가 먹었는지 조사했다. 모두 742그루의 열매 2836개를 분석했는데 먹이를 찾은 27종의 나무 가운데 85%인 23종의 열매에서 애벌레를 확인했다.

열대과일 구아바 속의 애벌레. 거미원숭이가 먹는 열매에는 초파리, 딱정벌레, 나비, 나방 애벌레가 많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열대과일 구아바 속의 애벌레. 거미원숭이가 먹는 열매에는 초파리, 딱정벌레, 나비, 나방 애벌레가 많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열매에 들어있는 애벌레는 익은 열매에 꼬이는 초파리를 비롯해 딱정벌레와 나비·나방 애벌레가 많았다. 연구자들은 “거미원숭이가 열매를 따 먹는 나무 가운데 벌레 먹은 열매를 더 선호하는 종은 12종에 이르렀지만 벌레 먹은 열매를 기피한 나무는 4종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거미원숭이는 왜 멀쩡한 열매보다 벌레 먹은 열매를 더 좋아하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잘 익은 열매를 주식으로 삼는 영장류의 영양 불균형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거미원숭이는 먹이의 90%가 익은 열매일 정도로 영장류 가운데서도 나무 열매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고 그 과정에서 열대나무의 씨앗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 문제는 잘 익은 열매의 달콤하고 푸짐한 과육에는 당분이 많지만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에너지원이 되면서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식단을 마련하는 것이 남미 영장류가 극복해야 할 영양학적 과제”라며 “남미 영장류는 먹거리의 15%를 단백질로 채워야 하는데 실제로 알려진 식단으로는 8%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잘 익은 달콤한 과일을 많이 먹는 거미원숭이는 영양 불균형을 극복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잘 익은 달콤한 과일을 많이 먹는 거미원숭이는 영양 불균형을 극복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장류들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나뭇잎, 새싹, 씨앗, 절지동물, 버섯 등을 먹어 영양을 보충하지만 충분치 않다. 연구자들은 진작부터 “과일 위주의 영장류 식단에는 단백질이 부족해 식단에 무언가 ‘숨겨진 육식’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짐작해 왔다”고 밝혔다.

곤충 애벌레는 무게의 60∼80%가 단백질일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 지방, 미네랄도 풍부하다. 따라서 과육과 함께 애벌레를 삼키는 것은 중요한 영양 보충 행동인 셈이다. 거미원숭이는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해 손가락이 길고 굽어 있으며 엄지손가락이 빈약해 열매 안에서 벌레를 집는 등 정교한 동작이 불가능하다.

연구자들은 “두 종의 거미원숭이가 의도적으로 벌레 먹은 과일을 골라 먹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의도하지 않는 동물 단백질 섭취가 거미원숭이 식단의 일반적 양상임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구 대상 지역은 무화과가 드문 곳이지만 다른 지역 거미원숭이는 무화과가 식단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무화과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안에서 산란하고 죽는 무화과말벌. 무화과를 먹으면 이 말벌과 애벌레도 함께 먹게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무화과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안에서 산란하고 죽는 무화과말벌. 무화과를 먹으면 이 말벌과 애벌레도 함께 먹게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무화과는 열매 안쪽에 꽃이 피기 때문에 열매 안에는 산란을 마치고 빠져나가지 못한 말벌 성충과 알에서 깬 애벌레가 들어있다(자가수분하는 농장 무화과에는 없다). 따라서 “무화과 열매를 많이 먹는 다른 지역 거미원숭이도 모르는 사이 상당한 곤충을 먹는 셈”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보통 벌레 먹은 열매는 곰팡이에 감염돼 독성을 띨 수 있어 많은 동물이 피한다. 그러나 이들 거미원숭이는 “벌레 먹은 열매를 먹음으로써 그렇지 않으면 힘들었을 이 지역 나무의 씨앗 확산을 돕는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International Journal of Primatology, DOI: 10.1007/s10764-022-00284-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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