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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마지막 희망? 해빙 없이 생존 집단 발견

등록 2022-06-17 10:11수정 2022-06-17 13:21

[애니멀피플]
그린란드 남동부서 200∼300마리 유전적 고립된 집단 확인
해빙 녹는 동안 빙하 얼음에 의존해 사냥, ‘기후 피난처’ 노릇
그린란드 남동부의 빙하 위에 서 있는 북극곰. 고립된 이들 북극곰의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독특한 집단으로 밝혀졌다. 토마스 요한슨, 미항공우주국 제공.
그린란드 남동부의 빙하 위에 서 있는 북극곰. 고립된 이들 북극곰의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독특한 집단으로 밝혀졌다. 토마스 요한슨, 미항공우주국 제공.

그린란드 남동부에서 지리적으로 고립되고 유전적으로 독특한 북극곰 집단이 발견됐다. 수백 마리 규모의 이 북극곰은 해빙이 사라져도 피요르를 통해 공급되는 빙하의 담수 얼음에 기대어 연중 물범을 사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미국 워싱턴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1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금세기 말에 예상되는 해빙 조건에서 살아가는 북극곰의 새로운 아집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빙하는 피요르를 따라 바다로 흐른다. 해빙이 녹아도 하구에 얼음이 정체돼 물범 사냥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워싱턴대 제공.
빙하는 피요르를 따라 바다로 흐른다. 해빙이 녹아도 하구에 얼음이 정체돼 물범 사냥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워싱턴대 제공.

그린란드 남동부는 험한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인 데다 주변 해류가 강해 이 지역의 북극곰에 대한 연구는 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원주민 사냥꾼들은 이 지역에 북극곰이 빙하에 의존해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원주민의 전통 생태지식을 포함한 지난 30년 동안의 역사기록과 최근 7년 동안 수집한 유전적, 이동 추적, 집단 구성 기록을 토대로 유전적으로 독특한 새로운 집단이 이 지역에 서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레이드리 교수는 “기후변화로 해빙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 새 집단은 북극곰이 미래에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린란드 동남부의 해빙에 갇힌 빙산 위에 올라선 북극곰. 이들이 기후변화에 살아남는 마지막 집단이 될지 모른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워싱턴대 제공.
그린란드 동남부의 해빙에 갇힌 빙산 위에 올라선 북극곰. 이들이 기후변화에 살아남는 마지막 집단이 될지 모른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워싱턴대 제공.

면적 2만7000여㎢인 이 지역에서는 연중 250일 이상 해빙이 녹는다. 연구자들은 “금세기말 그린란드 북동쪽에서 예상되는 바다 상태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북극곰은 넉 달 동안은 해빙에서 주식인 물범을 사냥하지만 나머지 8달 동안은 빙하가 파낸 좁고 깊은 협곡인 피요르로 이동해 담수 얼음조각과 눈 등이 뒤섞인 독특한 얼음 혼합물에서 물범 사냥을 계속한다. 이 때문에 북쪽의 북극곰이 방대한 거리의 해빙을 돌아다니는데 견줘 이곳의 북극곰은 거의 붙박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위성추적장치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린란드 북동쪽 집단(파란색)과 새로 발견된 남동쪽 집단은 서로 교류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추적장치 데이터. 해빙이 발달하는 북쪽 서식지에서 북극곰의 이동 범위는 훨씬 더 넓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외 (2022) ‘사이언스’ 제공.
그린란드 북동쪽 집단(파란색)과 새로 발견된 남동쪽 집단은 서로 교류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추적장치 데이터. 해빙이 발달하는 북쪽 서식지에서 북극곰의 이동 범위는 훨씬 더 넓다. 크리스틴 레이드리 외 (2022) ‘사이언스’ 제공.

이런 고립 때문에 그린란드 동남부의 북극곰은 기존 집단과 유전적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연구에 참여한 베스 샤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스 캠퍼스 교수는 “지구 위 어느 곳의 북극곰보다 이 집단은 유전적으로 고립돼 있다”며 “이들은 수백 년 동안 적은 개체수를 유지하며 다른 집단과 거의 소통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의 북극곰 개체수를 200∼300마리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세계 전체는 2만6000마리). 특징은 성체 암컷의 몸집이 다른 집단보다 작고 새끼 수도 적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피콕 미국 에모리의대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연구자들은 개체수가 적어 암컷이 짝짓기 상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보았지만 다른 지역과 개체수 밀도에 차이가 없다”며 “암컷이 나쁜 환경에 대비해 수정된 태아를 다시 흡수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집단이 다른 지역보다 2배 급속하게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그린란드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레이드리 교수는 “종 보존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발견은 희망적이다. 일부 북극곰은 기후변화에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빙하 서식지는 많은 북극곰 개체수를 지탱하기에는 충분치 않고 대부분의 북극 지역에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k279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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