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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펭귄은 ‘열대→남극’으로 온 뒤, 물속을 날기로 결심했어요

등록 2022-07-20 11:38수정 2022-07-20 18:10

[애니멀피플]
6천만년 전까진 앨버트로스처럼 사냥
이후 비행능력 잃고 잠수 사냥꾼으로 변신
물속 환경에 고도로 전문화, 진화 속도는 가장 느려
적응능력 넘어서는 기후변화, 종 절반 이상 ‘멸종위기’
물속에서 유영하는 젠투펭귄. 날개를 가슴지느러미처럼 사용해 빠르게 헤엄친다. 후나코시 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속에서 유영하는 젠투펭귄. 날개를 가슴지느러미처럼 사용해 빠르게 헤엄친다. 후나코시 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펭귄의 조상은 지금은 뉴질랜드만 남기고 바다 밑으로 사라진 대륙 질랜디아 근처에서 앨버트로스나 슴새처럼 대양을 날면서 물고기나 오징어를 사냥했다. 그러나 6000만년 이상 전에 펭귄은 비행능력을 잃고 잠수해 사냥하는 바닷새가 됐다. 남극에 빙상이 형성되기 훨씬 전 일이다.

지구에서 가장 극단적인 남극과 주변 바다 환경에 적응한 펭귄의 진화사를 현생 펭귄의 유전체(게놈)와 멸종한 펭귄의 화석을 포함해 처음으로 포괄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테레사 코울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0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서 “펭귄은 지구 차원의 기후변동과 해류 변화에 대응해 피난처에 움츠러들었다 여건이 좋아지면 확산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종으로 분화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현생 펭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분화한 것으로 유전체 분석 결과 밝혀졌다.

바다에서 빙상으로 뛰어오르는 황제펭귄. 펭귄은 남극에 얼음층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날개를 잃은 바닷새였다. 크리스토퍼 미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다에서 빙상으로 뛰어오르는 황제펭귄. 펭귄은 남극에 얼음층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날개를 잃은 바닷새였다. 크리스토퍼 미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또 펭귄의 진화 속도가 지금까지 알려진 조류 가운데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물속 환경으로 변신한 펭귄에서 이런 느린 진화는 얼핏 믿기지 않지만 화석과 게놈 증거를 보면 물 환경에 적응한 초창기에 핵심적인 변화가 대부분 일어났고 현재로 올수록 그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런 느린 진화 속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필립스 영국 남극조사단 교수는 “흔히 펭귄 하면 유빙 사이에서 남극바다사자에 쫓기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실은 펭귄은 남극에 빙상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바다 동물로 진화해 남극은 물론 적도에 이르는 바다로 퍼져나갔다”며 “이번 연구는 펭귄이 다양한 바다 환경에 적응하도록 한 유전자가 무언지를 알려준다”고 조사단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지방층 형성, 물속을 빠르게 유영하는 지느러미 날개, 심층 잠수 때 산소부족에 견디게 하는 면역 체계, 잠수에 적응한 시력 등 펭귄이 남극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 유전자들을 규명했다. 펭귄은 이런 적응 덕분에 남극 환경을 정복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극도의 전문화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여유를 줄였다.

뉴질랜드에 사는 노랑눈펭귄. 멸종위기종이다. 크리스천 멜퓌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질랜드에 사는 노랑눈펭귄. 멸종위기종이다. 크리스천 멜퓌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유전체 분석 결과 과거 일부 펭귄 집단은 기후가 바뀔 때마다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펭귄이 서식하는 남반구 전체가 급속한 기후변화가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비슷한 붕괴가 벌어질 위험은 상존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현존하는 펭귄 18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라 있다.

연구자들은 “남극해의 펭귄 피난처 부족과 온난화 속도가 펭귄의 적응능력을 넘어서는 것 같다”며 “6000만년 넘게 고도로 전문적인 해양 포식자로 진화했고 지구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 잘 적응한 펭귄은 이제 추위에 적응한 동물이 급속히 더워지는 세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파수꾼이 됐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2-3150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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