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장어는 열대 산호초 주변에 36종이 살며 최대 1만 마리가 집단을 이뤄 초원과 비슷한 경관을 이룬다. 픽사베이 제공.
열대바다의 산호초 주변 모래밭에는 구멍 속에 몸을 고정한 채 머리와 상체만 내민 채 물결에 따라 흔들거리는 독특한 물고기가 산다. 붕장어 과의 정원장어가 그들이다.
길이 60㎝인 이 장어는 많으면 1만 마리의 큰 집단을 이뤄 바다에 ‘장어 초원’ 경관을 펼친다. 포식자나 다이버가 접근하면 재빨리 구멍 속에 숨기 때문에 관찰 자체가 쉽지 않지만, 붙박이 생활을 하는 굴 근처에 해류를 타고 떠밀려 오는 동물플랑크톤을 낚아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Going against the flow: scientists reveal garden eels’ unique way of feeding from
OIST on
Vimeo.
이시가와 고타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다양한 속도의 조류와 먹이를 흘려보내면서 오키나와 근해에 사는 얼룩무늬정원장어의 사냥 행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실험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정원장어는 바닷물이 흐르는 속도에 따라 몸을 굴 밖으로 내미는 길이와 기울기를 조절해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 못지않은 사냥 효율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자기가 판 굴을 떠나지 않는 정원장어는 물결을 타고 떠내려오는 동물플랑크톤을 사냥한다. 오키나와 과하기술대학원대 제공.
이시가와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는 해류가 강하면 산호초 틈에 숨을 수 있지만 노출된 모랫바닥에 굴을 파는 정원장어는 강한 흐름을 견딜 수 있는 나름의 전략을 고안할 필요가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닷물의 유속이 느릴 때 정원장어는 몸을 굴에서 길게 빼 지나가는 먹이를 낚아챘다. 그러나 유속이 빨라질수록 굴에서 내미는 몸의 길이가 짧아져 굴 근처를 지나는 동물플랑크톤만 포식했다.
또 물이 흘러오는 쪽을 향해 몸을 기울여 물의 저항을 줄이는 자세를 취했다. 연구자들이 계산한 결과 물결을 맞는 면적을 줄이는 이런 자세 덕분에 물결의 저항을 약 5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수조에 남은 동물플랑크톤을 세어 장어의 포식량을 측정했다. 그랬더니 유속이 빨라질 때 사냥하는 범위가 좁아졌는데도 포식한 플랑크톤의 양은 줄지 않았다. 유속이 빨라지는 것에 비례해 굴 근처로 흘러드는 동물플랑크톤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얼룩무늬정원장어는 인도·태평양에 서식하는 종이다. 요한 프레더릭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닷물의 속도가 초속 0.2m가 될 때까지 몸을 점점 굴속에 감추면서도 먹이 섭취량은 점점 늘어났다. 연구자들은 “정원장어의 먹이 섭취량이 최대가 되는 것은 유속이 초속 0.2m일 때이지만 산호초를 유영하는 물고기는 초속 0.15m일 때”라며 “이를 통해 정원장어는 유영하는 다른 산호 물고기보다 넓은 범위의 유속에 적응해 먹이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정원장어는 유속이 0.25m가 되자 굴속으로 후퇴했다.
이시가와는 “굴속에 몸을 숨겨 먹이 포식 거리를 단축한다는 정원장어의 독특한 전략은 유속이 강할 때 특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DOI: 10.1242/jeb.2436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