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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고릴라는 가슴 치고, 침팬지는 ‘나무뿌리 드럼’ 친다, 왜? [영상]

등록 2022-09-07 11:36수정 2022-09-07 15:49

[애니멀피플]
이동 중 자신의 정보 알리려 ‘두두둥∼’…SNS에 피드 올리는 셈
1㎞ 이상 장거리 전파, “침팬지가 왜 작별인사 안 하는지 알겠다”
홀로일 때 더 잦아…개체마다 다른 스타일, 록도 재즈 리듬도 있어
무화과나무의 거대한 판근을 손으로 두드려 신호음을 내는 우간다 와이비라 무리 침팬지 수컷. 아드리안 솔다티 제공.
무화과나무의 거대한 판근을 손으로 두드려 신호음을 내는 우간다 와이비라 무리 침팬지 수컷. 아드리안 솔다티 제공.

고릴라 수컷이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려 소통하는 것처럼 수컷 침팬지는 큰 나무의 널빤지처럼 넓적하게 드러난 판근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그러나 고릴라가 경쟁자에게 덩치를 과시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면 침팬지는 이동 중에 자신의 정보를 알리는 수단으로 나무뿌리를 두드린다. 마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메시지를 올리는 것과 같다.

베스타 엘로이테리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박사과정생 등은 과학저널 ‘동물 행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우간다 서부 부동고 숲의 와이비라 침팬지 무리를 장기관찰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7마리의 수컷 침팬지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드럼’을 쳤다고 밝혔다.

침팬지들은 판근 위로 달려가 주로 두 발로 강하게 내리쳐 ‘두둥∼’ 하는 깊게 울리는 소리를 냈는데 종종 손을 이용해 연속적으로 두드리기도 했다. 이 소리는 울창한 열대우림을 뚫고 1㎞ 이상 전파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흥미롭게도 침팬지가 두드리는 소리는 개체마다 독특해 관찰자도 누가 소리를 내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주 저자인 엘로이테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숲에서 몇 주일 안 지냈는데도 어떤 개체가 드럼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있게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트리스탄’이란 침팬지는 연구자들 사이에 전설적인 드러머의 이름을 따 ‘숲 속의 존 본햄’이란 별명으로 불렸는데 “워낙 고르고 빠른 박자로 뿌리를 두드려 손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그는 말했다. ‘트리스탄’이 록 음악을 연주한다면 ‘알프’와 ‘일라’는 재즈에 가까워 두 발로 거의 동시에 뿌리를 걷어차 당김음을 구사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침팬지가 판근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이런 신호를 침팬지가 이동 중 다른 개체를 찾는 데 쓴다는 사실을 밝혔다.

침팬지들은 큰 무리에 있을 때보다 홀로 또는 작은 무리로 이동할 때 드럼 소리와 팬트-후트 울음소리를 섞어 자주 냈다. 팬트-후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울음소리이다. 이런 신호를 통해 누가 어디에 있고 무얼 하는지 알렸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 만의 드럼 소리를 내지 않기도 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를 들어 서열 높은 수컷이 근처에 있을 때는 자기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드러내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침팬지는 뿌리를 두드리는 소리로 어느 개체인지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침팬지도 사람 중 누가 근처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아드리안 솔다티 제공.
연구자들은 침팬지는 뿌리를 두드리는 소리로 어느 개체인지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침팬지도 사람 중 누가 근처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아드리안 솔다티 제공.

연구의 교신저자인 이 대학 캐서린 호바이터 박사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왜 침팬지는 만날 때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도 작별 인사는 하지 않나 늘 궁금했다”며 “이번 연구로 알게 된 건 침팬지가 몇 ㎞나 떨어져 있어도 실제로 헤어진 건 아니란 사실이다. 장거리 신호를 통해 누가 어디 있는지 계속 안다”고 말했다.

엘로이테리는 “침팬지는 그들만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하루 종일 체크하는 것 같다”며 “홀로 있거나 작은 무리로 떨어졌을 때 더 자주 드럼 소리를 내는 까닭은 다른 침팬지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 보고 그들과 합류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Animal Behaviour, DOI: 10.1016/j.anbehav.2022.07.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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