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2000년 전 들어온 재래꿀벌, 1910년 도입한 양봉꿀벌에 밀려
꿀 속 DNA 분석해 보니 밀원 식물 73%가 경쟁 없어
재래벌은 밤나무, 양봉은 아까시…밀원 식물 충분하면 공존 가능
2000년 전 들어온 재래꿀벌, 1910년 도입한 양봉꿀벌에 밀려
꿀 속 DNA 분석해 보니 밀원 식물 73%가 경쟁 없어
재래벌은 밤나무, 양봉은 아까시…밀원 식물 충분하면 공존 가능
재래꿀벌의 모습. 양봉꿀벌이 노란 바탕의 몸통에 검은 줄이 났다면 재래꿀벌은 전체적으로 검은빛이 돈다. 몸 전체에 황색 털이 골고루 덮였다. 이승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양봉꿀벌은 서유럽에서 100여년 전 들여온 외래종이다. 생산성이 높아 전체 봉군의 96%를 차지한다. 이승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고구려 초 중국서 들여온 재래꿀벌 애초 동남아가 원산지인 재래꿀벌이 처음 중국에서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고구려 건국 초기인 기원전 37∼19년 사이이며 이후 백제와 신라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다. 신라 신문왕이 귀족 자제의 혼사에 꿀을 예물로 보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나 발해가 일본에 2차례에 걸쳐 꿀을 보냈다는 ‘속 일본기’ 기록이 남아있다. 이승환 서울대 교수팀이 국내 재래꿀벌의 도입 역사를 정리한 2016년 ‘한국 양봉학회지’는 “10세기 전까지 꿀 생산량은 서민층에게까지 꿀과 관련 문화가 전파될 정도로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큰 식재료나 약재로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조선 시대 들어 양봉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늘었음은 “2월 초하루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노비에게 꿀을 바른 떡을 지급했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든 벌통 속의 재래꿀벌. 먹이 식물만 충분하다면 유럽산 양봉꿀벌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재래꿀벌의 꿀은 1년에 한 번 따기 때문에 충분히 숙성되어 농도가 진하고 다양한 식물의 꽃꿀이 혼합되어 향이 독특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96%가 양봉꿀벌 한반도에서 오래 살아온 재래꿀벌은 추위에 강해 이른봄과 늦가을까지 활동하고 하루 중 활동시간 도 양봉꿀벌보다 1시간 길다 . 그러나 양봉꿀벌은 재래꿀벌보다 몸집이 더 크고 더 멀리 꿀을 따러 가며 단일한 밀원에 집중해 생산성도 높다 . 재래꿀벌이 1년에 한 번 꿀을 따지만 양봉꿀벌은 수시로 꿀을 따는 데서 비롯한 차이도 있다. 정철의 교수는 “사람에게 꿀을 빼앗기는 양봉꿀벌은 늘 긴장 상태이고 먹을 게 많은 재래꿀벌의 꿀을 훔치는 등 더 공격적인 행태를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1960년대 이후 양봉꿀벌은 재래꿀벌을 밀어내고 지배종이 됐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3300가구가 재래꿀벌 9만8000군을 치는 데 견줘 양봉꿀벌은 2만4000가구가 258만 군을 쳐 양봉꿀벌이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특히 재래꿀벌은 2009∼2010년 사이 전국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돌아 75%가 사라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토종벌은 사라질 운명에 놓인 걸까.
한봉은 다래나무, 양봉은 감나무 선호
꿀 속 디엔에이로 분석한 밀원 식물의 종류(A, B, 속명). 두 꿀벌의 공동 밀원 식물과 배타적 밀원 식물(C). 사이드 모하마드 제이드 나민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