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위성추적장치를 단 아시아코끼리 암컷이 새끼와 함께 말레이반도의 서식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앨리시아 솔라나-미나 제공
코끼리는 종종 장거리 이동을 한다. 지난해 중국 남부 윈난 성에서 넉 달에 걸쳐 1400㎞를 떠돌아 세계적인 눈길을 끌었던 아시아코끼리 15마리가 지난달 여행 도중 낳은 새끼 2마리와 함께 시솽반나 서식지로 돌아온 것은 극단적인 예일 뿐이다.
아시아코끼리가 보호구역 자체보다 그 주변부를 좋아한다는 장기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호구역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주변에서 사람과의 충돌을 완화할 새로운 보전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토니오 데 라 토레 중국 쉬상반나 열대식물원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말레이반도 남부와 보르네오에 서식하는 아시아코끼리 102마리의 이동 경로를 10년여년에 걸쳐 위성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코끼리가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호구역 밖에서 보냈으며 약간 교란됐거나 훼손됐다 다시 자란 숲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응용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렇다고 보호구역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코끼리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3㎞ 이내라는 점을 들었다.
말레이반도 서식지의 아시아코끼리 대형 수컷. 목에 위성추적장치를 걸고 있다. 아힘사 캄포스-아르세이스 제공.
코끼리들은 훼손되지 않은 오랜 숲(1차림)보다는 훼손됐다가 회복 중인 2차림이나, 나무가 쓰러져 생긴 숲틈, 숲에서 멀지 않은 신규 플랜테이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르고 험한 지역보다는 완만한 저지대도 좋아했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코끼리가 선호하는 먹이인 풀, 대나무, 야자, 생강, 빨리 자라는 나무 등이 자연림보다는 교란된 지역에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아힘사 캄포스-아르세이스 말레이시아 노팅엄대 박사는 영국 생태학회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보호구역이 매우 중요하지만 아시아코끼리를 보전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며 “보호구역 밖으로 나가려는 코끼리와 사람의 충돌이 불가피해 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위한 대책으로 코끼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피난처인 보호구역과 선호하는 먹이가 많은 주변부를 포괄하는 충분한 넓이의 보호구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러 보호구역 사이를 회랑으로 잇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보호구역 주변 주민의 안전과 생계를 보장하면서도 코끼리와의 충돌을 완화할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베누아 구센 영국 카디프대 박사는 “코끼리 보전은 코끼리의 서식지 필요와 선호를 충족하면서 보호구역 밖에서 사람과 공존을 이룰 수 있는 통합적인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Applied Ecology, DOI: 10.1111/1365-2664.1428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