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꽃가루, 꽃꿀 등을 섭취한 뒤 로열젤리로 만들어 여왕벌은 물론 다른 애벌레에도 제공한다. 여왕벌 애벌레에게는 특별히 많이 공급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검색창에 ‘댕기자의 애피레터’를 입력하세요!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님, 요즘 단풍 구경한다고 밖에 나가면 벌들이 윙윙 거리며 돌아다닙니닷. 조그만 녀석들이 부지런히 다니는 걸 보면 고생한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여왕벌은 통 날아다니는 걸 못 봤습니당. 여왕벌은 일벌에 비하면 너무 편할 거 같습니돠. 여왕이 될 운명, 타고나는 겁니꽈?
A 조기자가 답합니다
어떻게 보면 여왕벌은 팔자가 늘어졌어. 먹는 일 배설물 처리 등 어린 일벌이 다 해주니 알 낳는 것 빼고는 아무 일도 안 해도 돼. 시중을 드는 일벌은 사실 여왕의 딸들이야. 번데기에서 깨어나 험한 ‘외근’에 나가기 전 벌통 안에서 내근을 하는 거지.
맞아, 일이 있긴 하네, 입에 먹이를 물어주는 일벌에게 페로몬을 발라 주는 걸 잊으면 안 돼. 이 호르몬을 벌통 안 일벌 모두에게 퍼뜨려야 쿠데타를 막을 수 있거든. 새로운 여왕벌을 만들지 못하게 막는 비방이야. 이쯤에서 질문의 답을 짐작하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여왕벌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져. 이제부터 찬찬히 설명해 줄게.
아, 그래 로열젤리 얘기를 하고 싶지? 무언가 특별한 성분이 든 이 먹이를 먹으면 여왕벌이 되고 못 먹으면 평범한 일벌이 된다고. 그러니 좀 비싸도 로열젤리를 먹으면 건강에 좋을 거라고. 재작년에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연구결과가 나왔어.
줄리아 보우셔 미국 노스 다코다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는데,
여왕벌의 탄생은 로열젤리의 질이 아닌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달렸다는 거야. 질과 양이 다른 여러 종류의 먹이를 벌 애벌레에게 먹여 비교한 결과야.
사실 여왕벌이 될 애벌레와 일벌로 탄생할 애벌레는 유전자가 같거든. 그런데도 여왕벌은 일벌보다 몸집이 곱절은 크고 혼자만 알을 낳을 수 있지. 수명도 일벌은 한 달 남짓(여름엔 15~38일, 겨울 150~200일)인데 견줘 여왕벌은 보통 1~2년 길게는 7년까지 살아. 이런 차이를 부르는 것은 먹는 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만하지.
로열젤리는 일벌이 인두샘에서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우윳빛 액체인데 단백질이 풍부하고 무기물, 비타민, 항생물질 등이 들어있어. 처음 알에서 깬 모든 애벌레에게는 사흘 동안 로열젤리를 먹이는데 이후에는 여왕벌이 될 애벌레에게만 이 특식을 주지.
어쨌든 여왕벌은 일벌이 로열젤리를 잔뜩 먹여서 ‘만드는’ 거잖아. 여왕벌이 될 애벌레는 다른 벌보다 큰 컵처럼 생긴 방에서 로열젤리를 넉넉하게 공급받아. 이렇게 각별한 대접을 받고 알을 낳는 일에만 매진하지. 한창 일꾼이 많이 필요할 때는 하루에 1500개를 낳아. 자기 체중보다 많은 양이야.
그렇다고 여왕벌이 늘 골방에 박혀 있는 삶을 사는 건 아니야. 새여왕이 추대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벌집은 일대 변화를 겪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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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