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과 그믐 밀물이 가장 높은 한사리 때 복섬은 해변에서 집단산란 행동을 벌인다. 요시무라 교수 제공.
강어귀 등 담수가 흘러드는 연안에 서식하는 복어인 복섬은 번식행동이 특이하다. 해마다 초여름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한사리 때면 수백∼수천 마리가 파도치는 해변에 몰려들어 광란의 산란 쇼를 연출한다. 집단산란과 방정으로 바닷물은 우윳빛으로 물든다.
천 중펑 일본 나고야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복섬이 한사리 때 집단산란하는 얼개를 분자 차원에서 해명했다”고 밝혔다. 참복과 가까운 친척인 이 복어는 15∼20㎝ 크기로 자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서식한다.
복섬은 참복과의 복어로 15∼20㎝ 크기로 자라며 맹독을 품는다. 요시무라 교수 제공.
연구자들은 이 복어의 게놈(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뇌 시상하부에서 ‘cebpd’라는 유전자가 한사리 때 활성화해 산란을 촉진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복어 무리가 산란 행동을 할 때 바닷물에 ‘프로스타그란딘 E2’(PGE2)란 페로몬을 분비해, 이 물질을 감지한 다른 복어들의 집단산란을 유도하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집단산란 때 분비하는 페로몬을 수조에 투입해 사육하는 복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그랬더니 암컷과 수컷 모두 몸을 비트는 특징적인 산란 행동을 보였고, 페로몬 투입량을 늘림에 따라 반응을 보이는 물고기도 늘었다.
연구 책임자인 요시무라 다카시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복어 말고도 산호와 바다거북 등 달이 차고 이우는 리듬에 따라 산란과 번식활동을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수수께끼였다”며 “이번 연구는 달의 주기에 영향받는 사람의 월경주기, 수면 시간, 조증과 울증의 주기 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주기로 복섬의 번식활동을 제어하는 것으로 밝혀진 ‘cebpd’ 유전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계에 널리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복어 이외의 동물에서 달의 리듬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이완옥 순천향대 교수(어류학)는 “복섬은 평소 홀로 살지만 번식기에 큰 무리를 짓는다”며 “단순히 수컷이 대량으로 방출하는 정액의 냄새를 맡고 모여든다고 알려졌지만 이번에 세부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섬 수컷은 체중의 10~20%를 정소가 차지할 정도로 많아 집단 산란 때 많은 양의 정자를 방출해 바다를 흰색으로 물들인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9.062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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