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가오리인 대왕쥐가오리의 세계 최대 서식지가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발견됐다. 미셸 게레로 제공.
중형버스 크기인 대왕쥐가오리는 대양의 표층을 유영하며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가장 큰 가오리이다. 이런 거대한 몸집의 연골어류가 2만 마리 이상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이 남미 에콰도르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카니나 하티 영국 만타 트러스트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해양 생태학 진전 시리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큰 대왕쥐가오리 집단을 에콰도르 플라타 섬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2005∼2018년 동안 이 해역에서 모두 2803마리의 대왕쥐가오리를 식별했다”며 “직접 촬영하거나 시민과학자들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이 해역에 서식하는 대왕쥐가오리 전체 개체수는 2만2316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왕쥐가오리는 느리게 자라고 장수하며 번식률이 낮아 전형적으로 남획에 취약한 동물이다. 에콰도르 해양 대형 동물 재단 제공.
대왕쥐가오리는 세계 전역의 열대부터 온대 바다에 분포하는데 번식률이 낮고 성장이 느린 데다 불법어업과 혼획으로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9년 이 가오리의 보전 등급을 취약에서 위기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발견은 세계적으로 대왕쥐가오리 집단이 움츠러드는 가운데 대규모 건강한 집단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연구에 참여한 조수아 스튜어트 미국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해양에서 드물게 보는 긍정적인 이야기”라며 “세계의 대왕쥐가오리 집단은 대개 1000∼2000마리 규모에 그쳐 이번 발견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대왕쥐가오리 서식지로 밝혀진 플라타 섬(Isla de la Plata) 인근 해역 위치. 카니나 하티 외 (2022)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제공.
이번에 발견된 대규모 서식지는 남극에서 오는 차고 영양가 풍부한 훔볼트해류가 페루와 에콰도르 근처에서 바다 표면으로 솟아올라 세계적 어장을 형성하는 곳이다. 가오리들은 플라타 섬 인근 해역에서 크릴과 동물플랑크톤 등 걸러 먹을 풍부한 먹이를 찾고 기생충을 청소하기 위해 모여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 물고기들로부터 기생충 제거 등 청소 서비스를 받는 대왕쥐가오리. 욘 핸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왕쥐가오리는 길이 9m 무게 3000㎏까지 자라는 대형 가오리인데 느리게 자라고 번식률이 낮아 남획에 취약하다. 암컷은 몸의 폭이 5m에 이르러야 번식을 시작하고 2∼3년에 한 번 1년 동안의 임신 끝에 새끼를 1마리 낳는다. 수명은 40년이다.
국제적인 거래가 규제되고 에콰도르에서 어획이 금지됐지만 어장에서 연승이나 건착망에 종종 혼획된다. 연구에 참여한 미셸 게레로 에콰도르 해양 대형 동물 재단 연구원은 “플라타 섬과 나아가 에콰도르 해역이 이 멸종위기종의 세계적으로 중요한 핫 스폿임이 드러났다”며 “다른 대왕쥐가오리처럼 감소하지 않도록 보호 조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콰도르와 페루에서 이 가오리 포획은 각각 2010년과 2016년 금지됐지만 불법 어획과 혼획 위협은 여전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식별한 563마리에서 부상한 상처를 발견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물 등 어구로 인한 상처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왕쥐가오리는 수온변화와 그에 따른 먹이 변화에 민감해 기후변화에도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대왕쥐가오리를 촬영하는 여가 다이버. 이들이 촬영한 사진은 개체 식별에 유용하게 쓰인다. 엘리아스 레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는 다이버들의 사진이 큰 도움이 됐다. 주 저자인 카니나 하티는 “여가 다이버들이 촬영한 다수의 사진이 개체 식별에 쓰였다”며 “다이버들이 시민과학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왕쥐가오리는 저마다 배에 독특한 점무늬가 있어 개체 식별에 쓰인다.
인용 논문: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DOI: 10.3354/meps141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