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야생 침팬지 딸이 나뭇잎을 어미에게 보여주고 있다. 다른 목적이 없고 단지 “이것 좀 봐”라고 하는 듯하다. 클라우디아 윌케 제공.
휴대폰에서 너무 귀여운 새끼 고양이 영상을 보면 우리는 참지 못하고 옆 동료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이것 좀 봐.” 단지 함께 봐 주고 “멋진데?”라는 반응을 듣고 싶어서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 그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이런 행동은 지금까지 사람 특유의 사회적 행동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침팬지도 이런 행동을 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클라우디아 윌케 영국 요크대 박사 등은 우간다 키발레 숲에서 야생 침팬지 모녀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딸 침팬지가 나뭇잎 하나를 만지작거리다 ‘이것 좀 봐’라고 하듯이 어미에게 보여주었다. 어미가 흘깃 쳐다보았지만 딸은 반응이 성에 차지 않는 듯 나뭇잎을 어미 눈앞에 더 들이댔다.
연구자들은 딸의 이런 행동은 놀자거나 털고르기를 더 해 달라는 등의 특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가 봐주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윌케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사람들은 경험 나누기를 좋아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그런 단적인 예”라며 “사람은 한 살이 되기도 전부터 자기가 발견한 멋진 물건을 상대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무화과 열매를 따 먹고 있는 침팬지 모녀. 앨런 호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관찰이 “야생 침팬지가 서로 경험을 나누고 몸짓을 통해 세상에 대해 언급하거나 평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제까지 침팬지가 무언가 요구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한 ‘참조적 몸짓’은 관찰된 적이 없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사이먼 타운센드 영국 워릭대 연구자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침팬지가 서로의 관심을 끌려고 물체를 보여주는 인간 특유의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번 관찰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다른 침팬지들도 이처럼 보여주고 나누는 행동을 하는지 후속연구를 할 계획이다. 이번 발견은 사람의 사회적 인지가 어떻게 진화했고 사람 마음이 독특한 점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교신저자인 케이티 슬로컴 요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더 많은 사례가 필요하겠지만 관심을 나누는 것 자체가 목적인 행동이 인간만의 것은 아닐 수 있다”며 “경험을 나누는 인간의 능력이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협동과 언어 능력을 낳았다”고 말했다.
침팬지는 사람과 디엔에이의 99% 가까이가 같은 사회적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침팬지는 인간과 디엔에이(DNA)가 99% 가까이 동일한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도구를 사용하며 고도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번 연구는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06486119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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