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이 물에 뜨느니 가라앉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가스 함량이다. 가스를 생성하는 주인공이 장내세균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을 위해 배설물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사람이라면 때에 따라 대변이 변기 물에 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제까지는 무얼 먹었는지 또는 어떻게 소화했는지가 배설물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믿었지만 이제부터는 장내세균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사예드 모하메드 무쉬르 알람 등 메이오 클리닉 연구자들은 “실험용 쥐의 장내 미생물군집을 연구하다 우연히 뜨는 똥과 가라앉는 똥이 장내 세균집단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1970년대까지 뜨냐 안 뜨냐는 배설물 속에 지방이 얼마나 많이 들었나에 달렸다고 믿었다. 실제로 장염이나 췌장염을 앓아 지방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 가운데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1972년 아무런 질병이 없는 사람도 10% 이상에서 늘 배설물이 변기 물에 뜨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과학자들은 지방 함량보다 가스가 얼마나 들었냐가 뜨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가스가 배설물 속에 많이 포함되면 비중이 작아져 배설 뒤 부력이 커 물에 뜨게 된다.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의 배설물 속에 가스가 더 많이 포함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배설물이 물에 뜨는 실험용 쥐(왼쪽)의 똥을 점점 높은 배율로 본 모습. 가운데는 장내세균을 모두 없앤 무균 쥐, 오른쪽은 ‘뜨는’ 생쥐의 배설물을 이식한 무균 쥐의 배설물 모습. 사예드 모하메드 무쉬르 알람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미국의 비영리 학술 의료단체인 이 종합병원 연구자들은 똑같은 실험용 쥐 가운데 일부의 장내세균을 모두 죽인 뒤 배설물이 뜨는 실험용 쥐의 장내세균을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만성 장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건강한 이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미생물집단을 주입하는 치료법인 ‘미생물군집 이식법(FMT)’과 비슷한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장내세균을 없앤 쥐의 배설물은 모두 물에 가라앉는 것을 확인했다(일반적인 실험쥐에서 뜨거나 가라앉는 비율은 반반이었다). 그러나 배설물이 물에 뜨는 쥐의 장내세균을 주입했더니 모두 물에 뜨는 쪽으로 바뀌었다.
무균쥐의 배설물(왼쪽)과 보통 실험쥐의 배설물. 사예드 모하메드 무쉬르 알람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연구자들은 “장내세균이 배설물의 부력을 좌우하는 현상이 포유류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10종 이상의 장내세균이 배설물의 가스를 늘리는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세균은 난형 박테로이데스로 이 세균이 번성하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배설물이 뜨는 데 관여하는 세균의 전모를 밝히고 이런 현상이 장질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은 후속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22626-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