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펄스를 방출해 낚시 미끼에 이끌리던 상어를 달아나게 만드는 장치가 개발됐다. 피시테크 마린 제공.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들의 최대 위협요인인 부수 어획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장치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영국의 보전기술 기업인 피시테크 마린은 최근 연승 어구의 낚싯바늘 곁에 강력한 전기펄스를 방출하는 소형 장치를 부착해 상어의 부수 어획을 9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승어선의 낚시 위에 상어 보호 장치인 샤크가드를 매단 모습. 피시테크 마린 제공.
이 장치의 시험에 나선 영국 엑시터대 연구진은 프랑스 남부의 대서양참다랑어 어장에서 2척의 연승어선에 기존의 낚시와 엇갈려 전기펄스 발생장치인 ‘샤크가드’를 매단 낚시에 참다랑어와 청새리상어, 보라색가오리가 얼마나 걸리는지 조사했다.
연승어업은 대양의 표층을 유영하는 대형 어류를 수 ㎞ 길이의 줄에 매단 낚시로 잡는다. 이번 조업에서는 정어리 미끼의 낚시 1만9000개를 줄에 달았다.
연승어획 방법. 대양의 표층에 긴 줄을 드리우고 수십만 개까지 낚시를 드리운다. 상어 등의 부수어획이 심각한 부작용이다. 미국 해양 대기관리청(NOAA) 제공.
그 결과 바늘 1000개당 부수 어획으로 걸린 상어는 일반 낚시에서 6.1마리였지만 샤크가드를 부착한 낚시에서는 0.5마리에 그쳐 91%의 감소율을 보였다. 또 낚시 1000개당 가오리 부수 어획 마릿수도 일반 낚시 7마리에 견줘 전기펄스 장치 부착 낚시에서는 2마리에 그쳐 감소율은 71%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획 대상인 다랑어의 어획량은 줄긴 했어도 샤크가드 부착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조사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으로 보고했다.
상어 보호 장치인 샤크가드의 모습. 피시테크 마린 제공.
조사를 수행한 필 도허티 엑시터대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청새리상어와 보라색가오리는 세계적으로 연승어업에서 흔히 혼획되는 어종”이라며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상어와 가오리를 죽이고 어민에게는 돈과 시간이 들게 하는 혼획을 시급하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샤크가드는 소형 건전지처럼 생긴 새끼손가락 크기의 장치로 낚시 수㎝ 위에 매달아 단거리에 강력한 3차원 전기펄스를 방출한다. 연구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미끼인 정어리를 먹으려 다가온 상어는 갑자기 전기펄스를 감지하고 깜짝 놀라 도망쳤다.
상어나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는 머리 앞부분의 ‘로렌지니 팽대부’란 부위로 미세한 전위차를 감지한다. 경골어류의 옆줄과 비슷한 감각기관이다. 샤크가드가 방출하는 전기펄스는 사람이 굉음을 내는 스피커 곁에 다가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다른 상어에서도 마찬가지 효과가 날지 또 어획 목표 어종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이다. 논문은 “많은 상어 종이 유사한 전기 감각기관을 지녔지만 감지 문턱과 행동반응은 저마다 다르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상어 종이나 어획 방법에 적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적었다.
뱀상어 머리 앞부분에 난 작은 구멍은 ‘로렌지니 팽대부’로 이어져 미세한 전기장 변화를 감지한다. 앨버트 코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샤크가드의 크기를 더 소형화하고 현재 65시간인 전지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적 과제도 남았다. 어선에 이 장치를 부착하는 비용은 척당 2만 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
연구 책임자인 브렌던 고들리 엑시터대 교수는 “후속 시험과 개발이 필요하지만 이 장치는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연승어업을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상어와 가오리의 양은 1970년 이후 71%가 줄었다. 다랑어가 어획 규제와 보호 덕분에 부분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상어와 가오리는 주로 부수 어획 때문에 감소 일로를 걷고 있다. 해마다 잡히는 상어의 수는 1억 마리로 추산되며 그 가운데 최대 2000만 마리가 부수 어획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9.003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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