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아칸 호의 공 모양 녹조인 ‘마리모’. 실 모양의 담수 조류가 호수 파도에 감겨 형성된 조류 집합체로 완두콩에서 농구공 크기까지 다양한 모양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 습원의 아칸 호에는 아주 특별한 녹조류가 산다. ‘마리모’란 이름의 초록빛 실 뭉치처럼 생긴 담수 조류가 호수 바닥에 가득 깔렸다.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호수의 요정’이라 불렀던 마리모는 차고 맑은 호수에서 1년에 5㎜의 느린 속도로 자라며 수백 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질오염과 개발로 일본과 북유럽 등의 일부 호수에만 분포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얼음장 감소가 새로운 위협으로 밝혀졌다.
아칸 호에는 15㎝ 이상 크기의 마리모가 약 20만 개 있다. 실 모양의 녹조는 찬물에서 성장이 매우 느리고 수백 년을 산다. 오야마 요이치 제공.
고노 마사루 일본 도쿄대 교수 등 일본 연구진은 아칸 호에서 채집한 마리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온도와 강도의 빛을 쪼여 실험한 결과 “호수 결빙과 적설의 감소로 마리모에 쪼이는 직사광이 늘어나면 해로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광합성 세포의 복구 능력이 떨어져 마리모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과학저널 ‘분자과학 국제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공 모양 조류는 극심한 수온변화를 견뎌야 한다. 여름에 수온은 20∼25도에 이르지만 겨울에는 1∼4도로 떨어진다. 문제는 겨울 동안 강한 햇빛을 차단해야만 저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칸 호에서 수온을 측정하는 연구진. 얼음 위는 영하 18∼1도이지만 수온은 1∼4도를 유지한다. 얼음과 눈은 무엇보다 직사광을 막아준다. 후지타 아사미 제공.
아칸호는 겨우내 두께 50㎝의 얼음과 눈에 덮여 호수 바닥에는 아주 약한 빛이 투과할 뿐이다. 기후변화로 결빙과 적설이 줄어 직사광이 호수 바닥에 더 오래 쪼이면 마리모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노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2∼4도의 찬 물에서 직사광선에 4시간까지 쪼이더라도 마리모의 손상된 세포는 약한 빛에 30분만 놓아 두면 스스로 복구했다”며 “그렇지만 직사광 노출시간이 6시간을 넘어서면 광합성 세포는 이후 약한 빛 처치를 하더라도 사멸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저온 상태에서 강한 빛에 노출되면 활성산소가 다량 생성돼 엽록체 광합성막의 전자전달을 저해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얼음과 눈이 직사광을 막아주는 현재의 모습(왼쪽)과 기후변화로 인해 결빙이 사라질 때의 모습 개념도. 오바라 아키나 외 (2022) ‘분자과학 국제 저널’ 제공.
고노 교수는 “기후변화로 호수의 결빙이 줄어 직사광선에 더 오래 쪼이면 조류의 표면 세포 손상도 늘어나 결국 공 모양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며 “이 지역 명물인 거대 조류 공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칸호에는 최대 지름 30㎝의 마리모가 자라며 지름 15㎝ 이상인 개체가 약 20만 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모는 지역 축제는 물론 기념품과 마스코트로 관광객에 인기를 끄는 지역 명물이기도 하다.
마리모는 작은 실 모양의 담수조류가 물에 떠다니다가 호수의 부드러운 파도에 의해 서로 감겨 털뭉치 형태로 뭉친 조류 집합체이다.
마리모의 다양한 형태. 개체가 따로 떠다니거나 바위밑 등에 부착하기도 하고 공처럼 뭉치기도 한다. 아미 아이나르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칸호 이외에 일본 도호쿠와 긴키 지방 호수에 점점이 분포하며 북유럽과 러시아, 북미에도 분포한다. 비료 살포에 의한 호수의 부영양화와 개발로 인한 퇴적물 증가로 많은 호수에서 감소하거나 사라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 종으로 등재돼 있다.
인용 논문: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DOI: 10.3390/ijms24010060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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