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 둘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여우가 영국의 한 주택가 정원에서 목격됐다. 두툼하고 큰 꼬리로 균형을 잡았다. 필립 카터 동영상 갈무리.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게 있으니 빨리 창가로 와 보라’는 아내의 말에 카터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달려갔다. 정원 잔디밭 위에서 여우 한 마리가 먹이를 찾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두 다리로.
영국 더비셔 주 일케스톤 마을에서 들판에 이어진 단독주택에 사는 카터 부부에게 여우는 흔한 손님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물구나무서 듯이 앞발로만 그것도 꼬리를 휘둘러 균형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필립 카터(71)는 지역 매체인
‘더비 텔레그래프’에 “여우는 45분쯤 정원을 돌아다녔는데 먹이를 주려 하자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왔다”며 “달아날 때는 사람처럼 두 발로 똑바로 서서 빠르게 뛰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오후 3시여서 그럴 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우를 목격한 날은 지난해 12월 17일이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 머리를 숙일 때는 꼬리를 치켜세운다. 필립 카터 동영상 갈무리.
카터는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여우 뒷다리 부위에는 작은 그루터기 같은 다리 흔적이 있었다”며 “지역 야생동물 전문가에 물어보니 자동차에 친 것 같은 상처가 아니라 애초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동물구조단체인 ‘폭스 프로젝트’ 전문가는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이 여우는 선천적인 장애에 잘 적응한 것 같다”며 “사람들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거나 어미와 한배 새끼들이 먹이를 가져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여우 개체수는 35만7000마리로 추산된다. 이는 1960년대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일부 도시에서는 너무 많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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