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유아 때부터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을 자발적으로 돕는 성향이 있음이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는 사회적 동물로 번성했는데 그 토대는 협동이다. 두 살짜리 유아도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실이 여러 문화권에서 확인됐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동물도 자발적으로 도울까. 2∼3살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개를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크나 레디 미국 듀크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인간과 동물의 소통’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아가 사람을 넘어 다른 동물의 의도를 읽고 자발적으로 도우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미국 미시간 주에 사는 2∼3살 유아 97명과 사람을 잘 따르는 개 3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밖이 보이는 울타리 안에 개를 놓고 울타리 밖에서 실험자가 우연인 것처럼 먹이나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유아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유아와 소통 실험에 나선 실험견 3마리. 듀크대 제공.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 탁상을 치우면서 우연인 것처럼 깡통을 떨어뜨렸을 때 유아가 깡통을 집어주려는 행동을 문화권을 넘어 확인한 바 있는데, 이를 비인간동물로 확장한 실험이었다.
먹이나 장난감이 우리 밖에 떨어지자 개는 낑낑거리거나 발로 긁으며 갖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제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한 유아는 처음 보는 개의 욕구를 이해하고 먹이나 장난감을 개에게 가져다주었다.
절반의 실험에서 유아가 먹이나 장난감을 개에게 가져다주었는데, 개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했을 때 가져다주는 비율이 무관심했을 때보다 2배 높았다. 또 집에서 개를 기르는 집 아이일수록 또 장난감보다는 먹이를 가져다주는 비율이 높았다.
실험 장치. 유아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 안에 개를 배치하고 울타리 밖에 먹이나 장난감을 놓아 개가 달라고 조를 때 유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듀크대 제공.
레디 박사는 “두 살밖에 안 된 유아이지만 다른 동물이 무얼 원하는지 이해할 뿐 아니라 직접 도와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어린아이의 이런 행동은 인류 진화에 뿌리박힌 것으로 중요한 진화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종이 다른 동물들 사이에서 서로 돕는 관계는 경계음을 공유하는 등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 침팬지가 사육사가 손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집으려 애쓰자 집어주기도 한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자들은 “어릴 때부터 다른 종을 돕는 성향은 지구 전역에서 개를 비롯해 소, 돼지, 말, 염소, 양, 알파카, 라마, 당나귀, 야크, 토끼, 닭 등을 가축화하는 토대가 됐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가장 이른 2만3000년 전 가축화된 개는 사람이 음식 찌꺼기를 버리는 곳에 드나들던 늑대에서 비롯됐는데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성향이 직접 먹이를 주고 마침내 함께 사냥하는 것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유아가 가축화한 동물인 고양이나 토끼, 닭 등에도 마찬가지로 자발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는지 밝히는 것은 다음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인용 논문:
Human-Animal Interactions, DOI: 10.1079/hai.2023.0001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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