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널리 식용하는 느타리는 인기 있는 식용버섯이다. 척박한 죽은 나무에서 살아가기 위해 토양동물인 선충을 포식하는 습성이 진화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느타리는 나물이나 볶음, 전, 전골로 많이 먹는 식용버섯이지만 흙 속 토양동물인 선충에게는 치명적 포식자이기도 하다. 느타리가 균사에 달린 독주머니에서 휘발성 신경가스를 내 선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얼개가 밝혀졌다.
슈에 옌핑 대만 중앙연구소 박사 등 대만과 일본 연구자들은 1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느타리의 균사를 건드리는 예쁜꼬마선충을 급속히 마비시켜 죽음으로 이끄는 독성물질은 휘발성 케톤인 3-옥타논”이라고 밝혔다.
느타리 균사에 매달린 독주머니. 선충이 건드리면 신경독 가스를 분출한다. 지름은 0.01㎜도 안 된다. 리 칭한 외 (2023)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선충은 토양 속에 가장 흔한 소형 동물이다. 동물, 식물과 함께 생물권의 주요 구성원인 균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선충을 포식한다(버섯은 일부 균류가 내는 갓과 자루가 달린 커다란 생식기관).
일부 균류는 먹이나 성호르몬 비슷한 냄새를 풍겨 접근하는 선충을 끈끈이로 붙잡거나 고리로 조여 선충을 사냥한다. 식용버섯 가운데 유일하게 느타리가 선충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사냥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느타리가 선충을 포식하는 얼개. 선충이 독주머니를 건드리면 파열돼 3-옥타논 가스가 뿜어나오고 이 가스가 선충 세포에 퍼져나가면서 죽게 한다. 리 칭한 외 (2023)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자들이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사냥 무기는 실처럼 생긴 균사에 막대사탕 모양으로 매달린 아주 작은 독주머니들이었다. 연구자들이 주머니 속 물질을 분석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 선충이 건드리면 뿜어나와 공중으로 흩어지는 휘발성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독주머니 주변 공기를 분석해 독성물질의 정체가 휘발성 케톤인 3-옥타논임을 밝혔다. 놀랍게도 이 물질은 식물이나 균류에 흔한 물질로 맛과 향기를 내는 데 쓰인다.
그러나 선충이 이 물질에 접촉하면 뉴런과 근육 세포에 침입해 이온의 정상적 흐름을 교란해 세포를 파괴한다. 독주머니가 터지고 난 뒤 1분 안에 선충은 마비되고 세포 죽음은 전신으로 퍼진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생물학에서 모델생물로 널리 쓰인다. 길이 1㎜로 투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느타리는 왜 선충의 포식자가 됐을까. 연구자들은 “느타리는 질소가 매우 부족한 썩어가는 나무에 산다”며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충으로부터 영양분을 보충하려 한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와 함께 “토양 속 선충이 균사를 뜯어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느타리가 막대사탕 모양의 독주머니를 갖추게 된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선충에게 치사량인 독소를 모으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했다.
예쁜꼬마선충은 모델생물로 생물학 연구에 널리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선충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기생충으로 간주한다. 느타리를 자실체는 식용으로 쓰고 균사는 친환경 농약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그러나 비옥한 일반적인 밭과 달리 질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만 느타리에 독주머니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de4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