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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고등어는 ‘살파’를 먹고 갈치는 갈치를 먹는다

등록 2023-01-22 18:29수정 2023-01-24 11:29

[애니멀피플]
봄철 대량 출현 ‘떠다니는 멍게’ 살파류는 고등어 단골 먹이
여름철 갈치 먹이의 37%는 어린 갈치…무리 전체로는 이득
고등어·갈치·참조기 주식은 멸치, “우리나라서 가장 중요한 어종”
고등어, 갈치, 참조기, 멸치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가장 많이 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지만 무얼 먹고 사는지 등 생태에 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갈치의 살아있는 모습. 오픈 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등어, 갈치, 참조기, 멸치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가장 많이 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지만 무얼 먹고 사는지 등 생태에 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갈치의 살아있는 모습. 오픈 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류는 멸치, 고등어, 갈치 순이고, 서해에서는 참조기 생산량이 가장 많다.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어류도 ‘국민 생선’이란 별명이 붙은 고등어와 갈치가 상위권이다.

이처럼 고등어, 갈치, 참조기, 멸치는 어민과 소비자가 모두 좋아하는 어류이지만 이들이 무얼 먹고 살며 무엇에 먹히는지 등 생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양수산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최근 이뤄진 일련의 조사 사업을 통해 밝혀진 주요 생선의 식성을 알아본다.

고등어 봄철 주식은 ‘살파

고등어는 ‘국민 생선’이란 별명처럼 2022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국민 인식도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가운데 오징어에 이어 두 번째로 꼽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등어는 ‘국민 생선’이란 별명처럼 2022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국민 인식도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가운데 오징어에 이어 두 번째로 꼽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등어는 큰 무리를 이뤄 바다 표면을 회유하는 물고기다. 봄에 제주도와 대마도 주변에서 산란한 뒤 여름에 서해로 북상해 먹이활동을 하다가 11월께면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한다.

백근욱 경상국립대 해양과학대학 교수팀이 제주도 주변 연안해역에서 2019∼2020년 사이 채집한 고등어의 뱃속에서 가장 많이 나온 것은 먹이 중량의 45.9%를 차지한 멸치였다. 고등어가 멸치 다음으로 많이 먹은 어류는 중량비 7.1%의 참조기였다. 이 연구는 2021년 ‘한국수산과학회지’에 실렸다.

여러 개체가 모여 떠다니는 살파류의 모습. 봄철 난류를 타고 제주도 근해에 많이 출현해 물고기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여러 개체가 모여 떠다니는 살파류의 모습. 봄철 난류를 타고 제주도 근해에 많이 출현해 물고기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어류는 고등어에게 가장 중요한 먹이였지만 전체적인 비중이 멸치 다음으로 큰 것은 이름도 낯선 살파류로 나타났다. 살파류는 해파리처럼 투명하고 물결에 떠다니는 무척추동물이다. 멍게, 미더덕과 함께 피낭동물에 속한다. 특히 봄에 고등어는 어류보다 살파류를 더 많이 먹었다. 살파류는 난류의 영향으로 봄철 대량 출현하는데 영양분도 풍부해 고등어의 계절 먹이가 된 것으로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고등어는 어류의 포식자로 군림하지만 동시에 삼치, 만새기, 태평양참다랑어 등 상위 포식자의 밥이기도 하다.

갈치 먹이는 갈치?

갈치도 고등어처럼 작은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 포식자로 멸치가 주요 먹이로 나타났다. 백 교수팀은 2020∼2021년 사이 서해 남부에서 채집한 갈치의 위 내용물 가운데 멸치는 무게로 따져 59.4%를 차지했다고 ‘한국어류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멸치 다음으로 갈치에게 중요한 먹이는 크릴(난바다곤쟁이류)로 먹이의 9.6%였다. 크릴은 새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계통은 다른 갑각류이다. 크릴은 여름철 서해의 저층 냉수대를 따라 고밀도로 출현해 갈치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흥미롭게도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갈치도 물고기 가운데 참조기를 멸치 다음으로 많이 잡아먹었다. 봄철 갈치의 식단에는 산란기를 맞은 참조기가 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 뒤를 청어의 일종인 샛줄멸과 멸치, 갈치가 이었다.

갈치는 날카로운 이를 지닌 무서운 포식자이지만 황아귀나 만세기의 먹이가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갈치는 날카로운 이를 지닌 무서운 포식자이지만 황아귀나 만세기의 먹이가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갈치는 갈치의 주요 먹이였다. 봄철 갈치 먹이의 8%를 차지하던 갈치는 여름에는 참조기와 비슷하게 36.7%로 가장 중요한 먹이로 뛰어올랐다. 연구자들은 “여름 동안 길이 16㎝ 이하의 어린 갈치를 큰 갈치가 주로 잡아먹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런 동종포식은 다른 먹이가 부족할 때 개체군을 조절하고 약한 개체를 걸러내는 등 무리 전체로 이로운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포식성이 강한 갈치이지만 황아귀와 만새기를 만나면 먹이가 된다.

가장 중요 어종은 멸치

서해의 대표 어종인 참조기도 주 먹이는 멸치이고 이어 크릴과 새우를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기를 앞둔 봄에는 주로 영양가가 높은 어류를 잡아먹지만 여름에는 서해의 진흙이나 모랫바닥에 무리 지어 사는 돗대기새우가 주식이고 가을에는 크릴을 많이 먹는다.

참조기는 고등어와 갈치가 멸치 다음으로 많이 잡아먹는 어류이다. 연합뉴스
참조기는 고등어와 갈치가 멸치 다음으로 많이 잡아먹는 어류이다. 연합뉴스

참조기의 식성 조사는 서해와 남해에서 백 교수팀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했으며 ‘한국어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 참조기는 계절에 따라 식성이 변했는데,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일반적으로 어류는 적은 노력으로 포획하기 쉽고 주변에 풍부한 먹이 생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조사에서 멸치는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에 사는 주요 수산 어류가 연중 포식하는 필수적인 먹이 생물로 밝혀졌다. 백 교수는 “멸치는 동물플랑크톤과 상위 포식자를 이어주는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중요한 어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근해 주요 어종의 식성에 대한 해역별 중·장기 모니터링 자료와 먹이그물 자료를 확보하여 자원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한 국가 정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멸치는 해양생태계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중요해 2021년 생산량이 14만여t으로 연근해 어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연근해 어장의 모든 어류에게 멸치는 연중 가장 중요한 먹이이다. 해양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근해 어장의 모든 어류에게 멸치는 연중 가장 중요한 먹이이다. 해양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백 교수는 “기후변화, 남획, 개발로 해양환경이 바뀌면 먹이 생물도 변하고 이는 다시 어류자원의 식성에 영향을 끼쳐 결국 자원량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며 “먹이 생물 조사는 이를 위한 기초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가장 즐기는 생선인데도 그 식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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