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헤어진 딸의 배설물을 주의 깊게 냄새 맡는 어미 코끼리 포리. 이후 딸을 찾아다니고 흥분된 행동을 나타냈다. 프란치스카 회르너 외 (2023) ‘애니멀스’ 동영상 갈무리.
짐바브웨에서 1981년 태어난 암컷 아프리카코끼리 포리는 여느 때처럼 우리 문이 열리자 방사장으로 나섰다. 눈앞에 낯선 똥 무더기가 보였는데 냄새가 익숙했다. 한동안 냄새를 맡던 포리는 그것이 12년 전 헤어진 딸 타나의 것임을 아는 것 같았다. 포리는 이리저리 타나를 찾아다녔고 귀를 펄럭이고 우르릉 소리를 내며 흥분을 표시했다.
프란치스카 회르너 독일 부퍼탈 대 동물학자 등은 2020년 드문 연구 기회를 잡았다. 유럽 동물원 수족관협회의 권고로 독일 내에 흩어져 있던 코끼리 모녀 2쌍을 한 동물원에서 기르게 된 것이다.
포리와 타나는 다른 동물원에 떨어져 산 지 12년 만에 만나게 됐고 다른 모녀는 2년 만의 재회였다. 연구자들은 코끼리가 가족의 냄새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지 알아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재회 전 네 마리의 코끼리 배설물을 확보해 인척 관계가 없는 코끼리의 배설물과 함께 주고 반응을 살폈다.
독일 할레 동물원에서 12년 만에 재회한 코끼리 모녀는 코를 서로 어루만지며 기쁨을 나눴다. 데니스 뮐러 제공.
실험 결과 코끼리는 12년이 지났어도 배설물에서 가족의 냄새를 구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척 관계가 없는 배설물은 잠시 냄새 맡고 지나쳤지만 헤어진 딸의 배설물에는 오랜 시간 조사하고 강한 긍정적 흥분 반응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건 엄마가 헤어진 딸의 배설물을 보았을 때 11가지의 흥분 반응을 보인 데 견줘 딸이 어미의 배설물을 발견했을 때는 2∼3개 반응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 연구자들은 “어미는 새끼를 기르는 데 모든 걸 바치기 때문에 딸의 존재 가능성에 감정적 동요가 큰 것 같다며 두 어미 코끼리 모두 새끼를 잃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건조한 사바나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아프리카코끼리는 예민한 후각으로 가족의 유대를 다지고 낯선 코끼리를 가려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건조지대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는 거친 환경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때 가족의 유대를 유지하는 데 냄새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특히 모녀 사이의 유대는 장기간 강하게 유지되는데, 이런 관계는 오래 떨어져 있거나 죽은 뒤에도 유골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에서 만난 두 모녀 코끼리는 서로의 코를 비비며 ‘포옹’하는 등 반가운 재회의 순간을 즐겼다. 이 연구는 ‘동물’ 최근호에 실렸다.
인용 논문:
Animals, DOI: 10.3390/ani13040679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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