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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고릴라도 하는 ‘고추 먹고 맴맴’, 기분 전환 위한 원시 행동

등록 2023-03-15 11:42수정 2023-03-15 11:51

[애니멀피플]
유인원 모두 밧줄이나 덩굴 매달려 어지러울 때까지 돌아
무용수나 서커스 단원 수준의 속도, 땅에 내려와 균형 잃어
‘현실 탈출’ 오랜 기원…인류와 공통조상에서 진화 가능성
덩굴에 매달려 빠른 속도로 도는 고릴라. 어지러 균형을 잃을 때까지 지속하는 행동으로 모든 유인원에서 관찰된다. 워릭대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덩굴에 매달려 빠른 속도로 도는 고릴라. 어지러 균형을 잃을 때까지 지속하는 행동으로 모든 유인원에서 관찰된다. 워릭대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고추 먹고 맴맴∼담배 먹고 맴맴∼”

전통 동요인 ‘집 보는 아기의 노래’(윤석중 작사 박태준 작곡)는 어른들이 일 나가고 홀로 집에 남은 아이가 고추도 씹어보고 꺼진 곰방대도 빨아보며 맴돌이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정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맴돌이 놀이는 놀이공원의 각종 회전 놀이기구로 바뀌었지만 어지러울 때까지 돌면서 기분 전환을 모색하는 행동은 그대로다. 게다가 이런 행동은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보노보 등 유인원 전반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모든 유인원이 맴돌이로 어지러움을 추구한다면 인류의 조상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영국 워릭대 심리학 교수와 마르쿠스 펄만 버밍햄대 박사는 과학저널 ‘영장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장류는 맴돌기를 통해 마음 상태의 전환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사람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라메이라 교수는 워릭대 보도자료에서 “어떤 문화든 특별한 의식이나 행사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아냈다”며 “전환된 마음 상태를 추구하는 인간의 습성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편적인데 놀랍게도 그것이 인류의 조상에서 기원했을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동물원이나 야생에서 유인원의 맴돌이 행동을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 40여 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인원은 밧줄이나 덩굴에 매달려 평균 한 번에 5.5회 맴돌이를 했으며 속도는 1초에 1.5바퀴였다. 많게는 28바퀴, 빠르게는 1초에 5바퀴를 돌기도 했다.

맴돌이는 평균 3번에 걸쳐 했는데 땅에 내려와서는 한동안 균형을 잃어 걷지 못했다. 펄만 박사는 “유인원은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도 일부러 더는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때까지 맴돌이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유인원의 회전 속도가 전문적인 무용수나 서커스 단원 수준이어서 “훈련 안 된 사람이라면 심각한 어지러움을 겪고 생리적으로 ‘하이’를 경험할 수준”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맴돌이의 오랜 기원을 들어 인간이 의식 상태를 전환하는데 알코올과 약물이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기존 주장을 반박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인류 역사를 더 멀리까지 들여다보면 (알코올과 약물 같은) 물질이 인류의 진화에 기여했을까 의심스럽다”며 “우리 조상이 마음을 바꾸는 물질을 구할 수 있었을지 또는 그 물질을 만들 도구와 지식이 있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놀이공원에는 그네,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회전목마 등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몸과 마음의 반응을 교란하는 기구가 가득하다. 회전무대의 모습. 마이클 리베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어린이 놀이공원에는 그네,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회전목마 등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몸과 마음의 반응을 교란하는 기구가 가득하다. 회전무대의 모습. 마이클 리베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어린이 놀이공원에 가 보면 그네,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회전목마 어느 것 할 것 없이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몸과 마음의 반응을 교란한다”며 “인류는 현대인이 되기 전부터 마음을 전환하는 경험을 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다수의 영상이 사육시설에서 촬영됐음을 들어 사육장의 지루함에서 탈출하고 자극을 얻기 위해 맴돌이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용 논문: Primates, DOI: 10.1007/s10329-023-01056-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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