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긴 목을 지녔던 용각류 ‘마멘키사우루스 시노카나도룸’ 상상도. 줄리아 올리베이라 제공.
기둥처럼 굵은 다리와 긴 채찍 꼬리 그리고 긴 목은 거대한 초식공룡인 용각류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용각류 가운데서도 극단적으로 목이 길어 그 길이가 15m에 이르는 종이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앤드루 무어 미국 스토니브룩 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계통 고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마멘키사우루스 시노카나도룸’의 척추뼈 화석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화석은 1987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1억6200만년 전 사암에 든 채 발견됐지만 아래턱과 두개골 일부, 몇 개의 척추뼈가 전부였다.
‘마멘키사우루스 시노카나도룸’의 아래턱뼈. 거대 공룡의 뼈가 온전히 화석화되기는 힘들다. 폴 배릿 제공.
그러나 2013년 인근에서 완벽한 상태로 발굴된 같은 마멘키사우루스의 일종인 신장티탄의 척추뼈가 유력한 비교 대상이 됐다.
계산 결과 ‘마멘키사우루스 시노카나도룸’의 목 길이는 이제까지 발견된 어떤 동물보다 긴 15.1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동물 가운데 목이 가장 긴 기린의 2.4m보다 6배 이상 긴 셈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긴 목이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해부구조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도 한 곳에서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어 거대한 초식공룡들 사이의 경쟁에서 유리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긴 목이 몸의 표면적을 늘려 열을 발산해 체온을 조절하는 데도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생 동물 가운데 가장 목이 긴 기린의 목 길이는 2.4m 정도이다. 스티브 가르비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무어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마멘키사우루스는 목이 얼마나 길지 해부학적 한계까지 밀어붙인 최초의 용각류”라며 “더 긴 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 종은 긴 목의 기록 보유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공룡은 쉽게 화석으로 남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큰 몸집이 퇴적층에 온전히 묻히기 힘들기 때문에 화석으로 보존되기가 힘들다.
화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긴 목을 지닌 용각류가 발견되지 말란 법도 없다. ‘마멘키사우루스 시노카나도룸’은 다른 용각류에 견줘 목이 몸 전체 길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목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이처럼 거대한 목을 어떻게 지탱할까. 자체 무게로 무너져내리지 않는 이유는 생물 역학의 수수께끼였다.
연구자들은 척추뼈의 단층촬영을 통해 비밀을 풀었다. 척추뼈의 69∼77%는 공기가 차지했다. 마치 현생 황새처럼 뼛속이 골수와 뼈 조직으로 차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공기주머니를 채워져 있어 자체 하중을 줄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다공질 목뼈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이 공룡의 목갈비뼈들은 길이 4m로 거대한 막대 모양으로 목을 양쪽에서 감쌌다.
일본의 한 박물관에 설치된 마멘키사우루스의 모형. 실제로는 머리를 이렇게 높이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거대한 목은 아파트 7층 베란다의 화초를 뜯어 먹을 수 있는 길이이지만 실제로 그리 높이 쳐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공동 연구자인 폴 업처치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생물 역학적 연구 결과 이 공룡은 수평에서 20∼30도 각도로 머리를 들었다”며 “각도는 작지만 길이가 워낙 길어 키가 7.5∼10m인 나무의 꼭대기 잎을 훑어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몸집과 긴 목으로 높은 나무의 잎을 먹는 용각류는 매우 성공적인 초식공룡으로 공룡 진화의 초기부터 출현해 소행성 충돌로 공룡시대가 저물 때까지 지구에 살았다.
인용 논문: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DOI: 10.1080/14772019.2023.2171818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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