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추동물인 초파리도 놀이로 회전목마를 탄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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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나무 덩굴에 매달려 논다. 쥐는 미로에서 숨바꼭질하고, 뒤영벌도 재미로 공을 굴리며 논다. ‘좀 놀 줄 아는’ 동물에 이제 초파리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생명과학연구소 틸만 트리판 박사와 연구자들이 온라인 논문 공유 플랫폼 ‘바이오아카이브’에 실린 논문을 21일 보면, 연구진은 “노랑초파리들이 회전목마에 타서 빙글빙글 도는 것을 놀이의 한 형태로 즐기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초파리의 놀이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먹이와 회전목마가 들어있는 작은 원형 경기장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후 초파리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경기장마다 노랑초파리를 한 마리씩 총 112마리를 배치했다. 초파리들은 회전하는 목마가 있는 경기장에서 최대 2주(평균 3~4일)간 머물렀다. 비교 그룹으로 또 다른 파리 194마리는 고정된 회전목마가 있는 경기장에 넣어졌다.
원형 경기장은 직경 10㎝의 원형 디스크에 회전목마, 음식을 배치하고 특정 위치의 선호도를 줄이기 위해 수평으로 제작됐다. 초파리들은 모두 앞선 연구를 통해 운동 성향이나 수면 패턴이 밝혀진 수컷들로 투입했다.
경기장에 설치된 회전목마와 초파리 모형(왼쪽)과 경기장 구조. 틸만 트리판/독일 라이프치히대학
실혐 결과, 회전하는 목마가 배치된 경기장의 파리들은 비교 그룹(고정된 회전목마의 파리들)보다 목마에 머무는 시간이 한 번에 5분 이상 길었다. 흥미롭게도 회전하는 목마의 경기장의 파리들은 목마가 멈춰있을 때보다 회전할 때 더 많이 머물렀다. 또한 목마 두 대를 놓고 5분 동안 번갈아 회전하도록 했을 때도 33마리의 파리는 고정된 목마로 이동하지 않고 움직이는 목마에 머물렀다.
파리들은 항상 자발적으로 회전목마에 접근하거나 떠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움직이는 물체에 파리가 반복적으로 접근한 것은 특기할 만한 행동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파리가 회전목마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생존에 이득이 없고, 스스로 목마를 찾았다는 점에서 놀이 행동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그러나 회전하는 목마에 속한 그룹 중 일부 파리들은 다른 파리들과 다르게 아예 목마를 회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세르지오 펠리스 박사는 “이 연구는 파리가 자발적으로 회전목마를 찾을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사례를 소개했지만, 어떤 파리들은 왜 이 경험을 좋아하고 또 다른 파리들은 왜 회피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전했다.
동물의 특정 행동을 놀이 행동으로 간주하려면 생존에 즉각적인 관련이 없어야 하며, 자발적이고 의도적이어야 한다. 두뇌가 큰 포유류나 조류, 무척추동물 중에서는 문어와 벌이 이러한 놀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무척추동물 사이에서 놀이 행동이 얼마나 흔한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뒤영벌이 나무 공을 굴리는 것은 곤충 놀이의 첫 증거가 됐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3.08.03.551880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