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는 전 세계 온대와 열대 바다에 서식하며 장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선박충돌 등 인위적 위험에 취약하다. 웨인 오즈번 제공.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가 냉전 시대 대기권 핵실험 덕분에 보전에 필요한 정확한 기초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 자라면 길이 20m에 이르는 이 물고기는 생태관광 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얼마나 오래 살며,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등 보전과 관리를 위해 핵심적인 정보가 부족했다.
조이스 옹 미국 럿거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6일 과학저널 ‘해양학 최전선’에 실린 논문에서 “고래상어의 척추 나이테에 포함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이 연골어류의 정확한 나이와 성장률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든 경골어류는 머리에 든 이석(귀돌) 속에 나이테가 있어 나이를 알 수 있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그러나 상어, 가오리 등 연골어류에는 이석이 없다.
연골어류는 대신 척추에 나이테와 비슷한 성장 띠가 있다. 하지만 이 띠가 어떤 시간 간격으로 생기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져 왔다. 와순 수 국립대만해양대 생물학자 등은 2014년 고래상어 92마리의 척추 성장 띠를 조사해 “나이테가 1년에 두 번 생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50개의 성장 띠를 보여주는 파키스탄에서 좌초한 고래상어의 척추 모습.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성장 띠가 1년에 1개씩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폴 패닝 제공.
대만에서는 2007년까지 고래상어를 상업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다수의 시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01∼2006년 동안 포획된 이들 고래상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길이 10m의 수컷으로, 42개의 성장 띠가 있었다.
대만 연구자들은 이 상어의 나이를 1년에 2개의 띠가 생기는 것을 토대로 21살로 추정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성장 띠가 1년에 1개 생긴다고 믿는다. 후자에 따르면, 이 고래상어의 나이는 42살이고 성장 속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속도와 성장 속도는 그 종을 보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다. 고래상어가 느리게 성장해, 늦게 번식에 돌입하고 오래 산다면 멸종위험에 훨씬 취약하다. 빨리 자라 번식해 줄어든 개체수를 복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고래상어의 성장 띠는 1년에 1개 생긴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에 참여한 마크 미칸 오스트레일리아 해양학연구소 박사는 “이런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성장 속도를 과대 또는 과소평가한다면 결국 관리정책이 작동하지 못해 고래상어 집단의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라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이 고래상어의 성장 속도를 ‘1년에 나이테 1개’로 단정할 수 있었던 것은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의 정확한 환경농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소련 등은 1955∼1963년 사이 냉전 시대에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대기권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대기 속 탄소-14의 농도는 곱절로 높아졌고, 먹이그물을 따라 생물의 몸속에 흡수됐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일정한 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고래상어의 척추에 쌓인 탄소-14의 농도를 알면, 줄어든 양으로부터 언제 고래상어가 태어났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번에 확립된 계산법을 적용하면, 2012년 파키스탄에서 잡힌 10m 길이의 고래상어는 50개의 성장 띠가 있으므로 나이는 50살로 추정된다. 미칸 박사는 “현재까지 기록된 가장 큰 고래상어가 20m이므로 고래상어는 100살까지 산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의 연구는 고래상어가 정말 오래 살 수 있으며, 아마도 그것이 이 생물종의 특징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래상어는 필리핀에서 생태관광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고래상어가 장수하며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선박충돌 같은 인위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래상어는 지난 75년 동안 세계의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인용 저널:
Frontiers in Marine Science, DOI: 10.3389/fmars.2020.00188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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