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고대하천 켐켐강은 다양한 거대 포식자로 이뤄진 독특한 생태계였다. 등이 돛처럼 펼쳐진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는 이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출토되는 거대 톱상어 온코프리스티스를 사냥하는 상상도. 데비디 보나도나 제공.
북아프리카 모로코에는 중생대 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겁나는 육식공룡과 익룡, 고대 악어, 상어 등 포식자들이 한 곳에 득실대던 흔적이 고스란히 퇴적층에 남아있다. 9500만년 전 고 나일 강, 고 니제르 강과 함께 아프리카의 3대 강인 켐켐 강이 흘렀던 유역의 옛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니자르 이브라힘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 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주 키스’가 최근 발간한 모노그래프를 통해 지난 100년 동안 이뤄진 이 지역의 고생물과 지질 연구를 종합했다. 연구자들은 현지 탐사와 함께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이 지역 화석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지층에 대한 공식적인 이름을 부여하는 한편 옛 생태계의 양상을 복원했다.
켐켐 층군의 위치도(붉은 부분). 1억년 전 나일 강에 견줄 거대한 강이 흐르던 곳이다. 이브라힘 외 (2020) ‘주키스’ 제공.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는 공룡의 전성기로, 한반도의 경상도와 남해안 일대에도 공룡과 익룡의 화석이 다양하게 산출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당시 ‘켐켐 층군’이라 이름 붙인 모로코의 퇴적지에서는 대형 포식자가 유달리 많은 독특한 생태계였다.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인 수각류가 다양하게 출토됐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거나 더 큰 수각류인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는 몸길이 12m에 20㎝에 이르는 칼날 같은 송곳니를 지녔다.
거대 육식공룡인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가 초식공룡 사체를 먹으려다 접근하는 악어의 조상인 엘로수쿠스를 노려보는 상상도. 데비디 보나도나 제공.
등을 돛처럼 펼치는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육식공룡인 스피노사우루스와 8m 길이의 랩터인 델타드로메우스가 강변 습지를 어슬렁거렸다. 이 밖에도 하늘을 나는 파충류인 여러 종의 프테로사우루스(익룡)와 악어의 조상인 대형 파충류도 당시의 대표적 포식자였다.
연구자들은 “현대의 육상 생태계에서 이곳처럼 대형 포식자가 대부분인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논문에 적었다. 주 연구자인 이브라힘 박사는 “이곳은 아마도 지구 역사상 가장 위험한 곳이었을 것이다. 만일 인간 시간 여행자가 있더라도 그리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포츠머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켐켐 강에는 경골어류, 폐어, 거대 실러캔스 등 물고기가 많았다. 스피노사우루스와 익룡은 모두 물고기를 사냥했다. 데비디 보나도나 제공.
이처럼 거대한 육식공룡들이 몰려있을 수 있던 이유를 연구자들은 이 고대 강에 거대한 물고기가 가득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당시 켐켐 강에 살았던 물고기로는 현생 ‘화석 물고기’ 실러캔스보다 4∼5배나 큰 고대 실러캔스와 거대 폐어, 담수 상어 온코프리스티스 등이 있다고 밝혔다. 온코프리스티스는 길이 10m에 이르는 거대 톱상어로 2.5m 길이의 톱니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사하라 북쪽에 있는 모로코 켐켐 층군의 퇴적층 모습. 이브라힘 외 (2020) ‘주키스’ 제공.
켐켐 층군에서는 이런 대형 동물 말고도 다양한 식물, 곤충, 물고기, 거북, 파충류의 화석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이 지역에서 발견될 전망”이라며 “아프리카의 공룡시대를 들여다보는 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용 저널:
ZooKeys, DOI: 10.3897/zookeys.928.475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