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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기후변화 더해 들쥐도 지리산 구상나무 위협

등록 2020-08-12 15:26수정 2020-08-12 17:09

[애니멀피플]
세석평전 52그루 줄기 갉아 일부 고사…“재현 막기 위한 후속연구 필요”
구상나무 밑동을 대륙밭쥐가 갉아먹은 모습. 어린나무일수록 고사율이 높았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구상나무 밑동을 대륙밭쥐가 갉아먹은 모습. 어린나무일수록 고사율이 높았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한반도 고유종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인한 생육환경 변화에 더해 설치류가 갉아먹어 말라 죽는 사례가 발견됐다. 다행히 구상나무에 대한 새로운 위협은 지리산 세석평전 등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현상이지만 환경변화에 따라 재현될 우려가 커 후속연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한반도의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가야산, 속리산 등의 아고산대에만 분포하는 상록침엽수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로 분류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증·발산 증가와 봄 가뭄, 잦은 태풍 등으로 고사현상과 개체군 쇠퇴현상이 광범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세석평전의 구상나무 군락지. 다른 지역보다 고사율이 낮고 생육상태가 좋은 곳이지만 설치류 피해를 보았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지리산 세석평전의 구상나무 군락지. 다른 지역보다 고사율이 낮고 생육상태가 좋은 곳이지만 설치류 피해를 보았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국립공원연구원은 2018년 봄 지리산의 대표적 구상나무 군락지로 고사율이 낮은 세석평전 일대(해발 1500m 안팎) 구상나무가 설치류 피해를 본 것을 처음 확인하고 원인 조사를 해 왔다. 박홍철 박사 등 이 연구원 연구자들은 ‘한국환경생태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구상나무를 가해한 종은 대륙밭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설치류에 의한 피해는 세석대피소 주변 1만8000㎡와 인근 영신봉 주변 7000㎡ 등 2만5000㎡에서 구상나무 52그루에 나타났다. 피해를 본 구상나무 40그루는 키가 1.5m 이상이었는데 고사한 1그루만 빼고 39그루는 갉아 먹힌 가지 부분만 고사했고, 어린 구상나무 12그루 가운데 7개체는 모두 고사해 어린나무의 피해가 더 심했다.

한반도 고유종인 대륙밭쥐. 눈 덮인 겨울 먹을 것이 부족하면 구상나무 줄기를 갉을지 모른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한반도 고유종인 대륙밭쥐. 눈 덮인 겨울 먹을 것이 부족하면 구상나무 줄기를 갉을지 모른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박 박사는 “피해 지역에는 구상나무 말고도 잣나무, 소나무, 사스래나무, 철쭉, 조릿대 등 다양한 식물이 있었는데도 구상나무에만 해를 끼쳤다”며 “아마도 구상나무에 쥐가 선호하는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피해 구상나무 근처에서 확보한 설치류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대륙밭쥐로 확인됐다. 피해목에 난 이빨 자국과 대륙밭쥐의 이빨 크기가 일치하는 것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대륙밭쥐가 구상나무를 갉아먹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거나 촬영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눈 밖으로 드러난 구상나무 줄기를 대륙밭쥐가 갉은 자국.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눈 밖으로 드러난 구상나무 줄기를 대륙밭쥐가 갉은 자국.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기후변화에 더해 새로운 위협요인이 등장하자 국립공원 당국은 지리산은 물론 전국 국립공원의 아고산지대를 모두 조사했지만 이런 현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세석평전 일대를 다시 조사했을 때도 대륙밭쥐로 인한 추가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박 박사는 “피해가 발생한 2018년 봄은 짧고 추운 편이었고 눈도 많아 쥐 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일시적 현상으로 그쳤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륙밭쥐의 개체수가 갑자기 늘거나 기상이변으로 주 먹이원이 부족하면 대체 먹이원으로 구상나무의 줄기를 갉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구상나무에 남은 이빨 자국의 크기와 실제 대륙밭쥐의 이빨 크기를 비교했더니 일치했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구상나무에 남은 이빨 자국의 크기와 실제 대륙밭쥐의 이빨 크기를 비교했더니 일치했다. 박홍철,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가해가 나타난 시기에 구상나무의 결실이 부족했거나 세석평전 대피소의 음식물 찌꺼기에 의존한 설치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 먹이가 부족해진 대륙밭쥐가 구상나무를 갉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구상나무 쇠퇴와 종 보전을 막을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륙밭쥐는 등줄쥐, 흰넓적다리붉은쥐와 함께 우리나라 산림에서 가장 흔한 설치류로 한반도 고유종이다. 한반도 고유종이 다른 고유종에 손해를 끼친 셈이다. 박 박사는 “대륙밭쥐는 구상나무에 해를 끼쳤지만 기후변화 등에 의한 피해자일 수 있다”며 “퇴치와 조절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인용 저널: 한국환경생태학회지, DOI: 10.13047/KJEE.2020.34.3.19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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