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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태평양 1만2천 킬로 논스톱 비행 기록 도요새

등록 2020-10-27 15:40수정 2020-10-27 17:23

[애니멀피플]
9일간 알래스카서 뉴질랜드까지 쉬지 않고 날아…올봄엔 금강하구 거쳐 번식지로
지구 최고의 여행자 큰뒷부리도요가 나는 모습. 폰 반 데 벨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 최고의 여행자 큰뒷부리도요가 나는 모습. 폰 반 데 벨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래스카를 떠나 태평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까지 1만2000㎞ 이상을 쉬지 않고 비행한 도요새 한 마리가 논스톱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해마다 번식과 월동을 위해 태평양을 일주하는 중형 도요새인 큰뒷부리도요는 봄철 알래스카 번식지로 갈 때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다. 이 새는 중간 기착지에서 충분히 먹이를 섭취하지 못하면 장거리 이동과 번식이 어려워져 갯벌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세계적 관심 대상종이기도 하다.

‘4BBRW’로 이름 붙인 이 새는(왼쪽 다리에 파랑(B)과 파랑, 오른쪽 다리에 빨강(R)과 흰(W) 인식 띠가 붙어 있다) 뉴질랜드 도요새 보호단체인 푸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이하 미란다 센터)가 지구 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GFN)의 도움을 받아 가락지와 무선 위성추적장치를 붙여 3월 28일 날려 보낸 큰뒷부리도요 16마리 가운데 하나다.

뉴질랜드에 도착해 장거리 여행의 여독을 풀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4BBRW(왼쪽). 미란다 물새 센터 제공.
뉴질랜드에 도착해 장거리 여행의 여독을 풀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4BBRW(왼쪽). 미란다 물새 센터 제공.
뉴질랜드를 떠난 이 새는 우리나라를 향해 9450㎞를 쉬지 않고 날아 7일 뒤인 4월 4일 남해안에 도착했고 이어 4월 12일에는 서해안 금강하구 유부도로 이동해 5월 21일까지 머물며 조개와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몸을 회복했다.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망가지기 전 이 새의 주요 기착지는 새만금 갯벌이었다.

한 달 남짓 먹이를 먹어 지방을 축적한 이 새는 5월 21일 금강하구를 떠나 닷새 뒤 알래스카 서해안 번식지에 도착했다. 북극의 짧은 여름 동안 새끼를 기르고 풍부한 먹이로 몸을 불린 도요새는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기상을 고른 끝에 9월 18일 태평양 종단 비행에 나섰다.

올봄부터 큰뒷부리도요 4BBRW가 태평양을 일주하면서 2만8000여㎞를 비행한 경로와 일정. 지구 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제공.
올봄부터 큰뒷부리도요 4BBRW가 태평양을 일주하면서 2만8000여㎞를 비행한 경로와 일정. 지구 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제공.
미란다 센터가 실시간으로 확인한 큰뒷부리도요의 비행 궤적을 보면 이 새는 9.33일(2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끝에 9월 27일 뉴질랜드 미란다에 도착함으로써 번식과 월동을 위한 태평양 일주 여행을 마쳤다. 태평양 종단 거리 1만2200㎞, 지난 3월 뉴질랜드를 떠나 금강하구와 알래스카를 거쳐 뉴질랜드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총 이동 거리는 2만8625㎞이다.

지구 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이 도요새의 마지막 비행을 이렇게 중계했다. “4BBRW가 빠른 속도로 뉴질랜드에 접근하고 있다. 마치 이번 비행경로에 맞춰 설계한 것처럼 딱 맞게 부는 바람을 타고 있다. 순풍이 시속 40∼45㎞로 불어 지상에서 보면 시속 80∼90㎞의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곧 뉴질랜드 해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월동지인 호주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큰뒷부리도요. 제이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월동지인 호주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큰뒷부리도요. 제이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뒷부리도요는 육지에 사는 새 가운데 활공 없이 쉬지 않고 날개를 치는 비행을 가장 오래 한다. 잠을 자지도 물을 마시지도 않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생리적 비결도 눈길을 끈다(▶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태평양 횡단 비행에 나서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몸무게의 절반을 지방으로 축적한다. 동시에 비행 동안 필요 없는 위장, 콩팥, 간, 창자, 다리 근육 등은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그 자리에 지방이 들어찬다.

북극 번식지의 큰뒷부리도요 수컷. 안드레아스 트렙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극 번식지의 큰뒷부리도요 수컷. 안드레아스 트렙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폭풍 등 적합한 기상조건이 마련됐을 때 여행을 떠나 이정표로 삼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낮에는 태양의 편광, 밤에는 별자리를 보면서 방향을 잡아 2000∼5000m 상공을 난다. 물은 지방을 태워 얻고 잠은 고래처럼 뇌의 절반씩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식으로 해결한다.

이제까지 최장거리 비행 기록은 미국 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이 2007년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날려 보낸 E7이란 이름의 큰뒷부리도요로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았다.

큰뒷부리도요의 군무. 길고 뾰족한 날개 끝과 유선형 몸매가 장거리 비행에 적합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뒷부리도요의 군무. 길고 뾰족한 날개 끝과 유선형 몸매가 장거리 비행에 적합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란다 센터는 이번에 기록이 깨진 이유로 “4BBRW가 처음 방향을 잡을 때 북미 쪽으로 치우치면서 경로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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