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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귀신고래 384마리 굶어죽어…온난화 재앙 ‘사망 사태’ 선포

등록 2021-01-27 14:53수정 2021-01-27 15:10

[애니멀피플]
2019년부터 2년새 384마리 집단 죽음
북극 수온 상승으로 먹이 옆새우 감소 탓
2019년 3월 17일 멕시코 산 이그나시오 석호에서 죽은 채 발견된 길이 12.8m의 귀신고래. 파비안 로드리게스-곤살레스 제공.
2019년 3월 17일 멕시코 산 이그나시오 석호에서 죽은 채 발견된 길이 12.8m의 귀신고래. 파비안 로드리게스-곤살레스 제공.

해마다 1월 중·하순이면 북극해 인근에서 지방을 축적한 귀신고래들이 번식을 위해 멕시코 바하칼리포니아르의 얕고 따뜻한 석호로 모여든다. 그런데 이들 고래 가운데 눈에 띄게 수척한 개체들이 포함돼 있다.

번식을 마치고 베링 해로 북상하던 귀신고래가 죽어 북미 해안에 떠밀려오는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9∼2020년 사이 캐나다·미국·멕시코의 태평양 해안에서 발견된 귀신고래 사체가 384구에 이르자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상 사망 사태’를 선포했다.

일반적으로 어린 새끼의 사망률이 높지만 이번에 떼죽음한 고래는 주로 젊거나 성숙한 암컷이다. 프레드리크 크리스티안슨 덴마크 오르후스 고등연구원(AIAS)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이동 중인 귀신고래 1245마리의 몸 상태를 드론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굶주림에 의한 쇠약 때문에 귀신고래가 떼죽음하는 것 같다”고 과학저널 ‘해양생태학 진전 시리즈’ 최근호에서 밝혔다.

몸에 따개비 등이 들러붙은 귀신고래의 머리 모양. 필 콘스탄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몸에 따개비 등이 들러붙은 귀신고래의 머리 모양. 필 콘스탄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귀신고래는 한때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를 회유하다 현재 러시아 오호츠크해 부근에 200여 마리가 남아있는 서태평양 집단과 북극에서 멕시코까지 북미 전역을 이동하는 2만 마리 가까운 동태평양 무리로 이뤄진다(▶‘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이번에 집단 아사 사태를 빚은 귀신고래는 동태평양 무리이다.

귀신고래 과의 유일한 종인 귀신고래는 태평양 양쪽의 두 무리로 나뉜다. 동해의 귀신고래는 1977년 마지막으로 보고된 뒤 우리나라에서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과거 베트남 등 동남아까지 번식지가 넓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귀신고래가 수척해졌다는 건 비쩍 말랐다는 게 아니라 덜 뚱뚱하다는 뜻이다. 충분한 양의 지방을 축적하지 못하면 이동과 번식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 대형 포유류의 독특한 생태 때문이다.

귀신고래는 해마다 포유류 가운데 가장 긴 왕복 1만5000∼2만㎞ 거리를 이동한다. 여름철 포식 기간인 5∼10월 사이 귀신고래는 북극의 베링 해와 축치 해 해저에서 다량의 옆새우류 등을 잡아먹는다.

남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귀신고래. 미 해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귀신고래. 미 해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때 비축한 지방으로 이후 남캘리포니아와 멕시코를 왕복하는 6개월 동안의 긴 여행과 번식 기간 거의 또는 완전히 단식한다. 연구자들은 “귀신고래가 먹이터를 떠나 번식지를 왕복하면서 이미 체중의 11∼29%가 줄어든다”며 “좌초한 고래의 몸 부피가 평균 45.7% 줄어든 것으로 보아 (지방층이) 몸이 허용하는 한계치 이하로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귀신고래가 먹이터로 북상하는 도중인 4∼7월 사이 좌초한 사체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이 그런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안슨 박사는 “먹이터를 떠나는 귀신고래 상당수가 이미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멕시코에서 번식을 마쳤을 즈음에는 비축한 에너지가 고갈돼 굶어 죽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연구원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멕시코 산 이그나시오 석호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귀신고래 성체의 체형 변화. 왼쪽부터 2017, 2018, 2019년 모습이다. 점점 수척해지는 양상이 보인다. 왼쪽부터 프레드릭 크리스티안슨, 파비안 로드리게스-곤살레스, 헌터 워릭 제공.
멕시코 산 이그나시오 석호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귀신고래 성체의 체형 변화. 왼쪽부터 2017, 2018, 2019년 모습이다. 점점 수척해지는 양상이 보인다. 왼쪽부터 프레드릭 크리스티안슨, 파비안 로드리게스-곤살레스, 헌터 워릭 제공.

연구자들은 드론으로 이동 중인 귀신고래의 몸길이와 폭을 측정해 지방 축적 정도를 계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좌초 개체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먹이터로 가는 수도 현저히 줄어들어 번식력이 감퇴했음을 드러나기도 했다.

귀신고래의 ‘이상 사망 사태’는 1999∼2000년에도 벌어져 651마리가 죽었다. 이로 인해 1998년 2만1000마리에 이르던 동태평양 귀신고래 개체수는 2002년 1만6000마리로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사태로 개체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번식지인 멕시코 석호에서 물 위로 뛰어오르는 귀신고래. 스티븐 스워츠 박사, 미 국립해양대기청 제공.
번식지인 멕시코 석호에서 물 위로 뛰어오르는 귀신고래. 스티븐 스워츠 박사, 미 국립해양대기청 제공.

그렇다면 귀신고래의 집단 아사를 부른 원인은 뭘까. 연구자들은 “단정할 수는 없지만 1980년대 말부터 주 먹이터인 베링 해 치리코브 만의 단각류(옆새우류) 양이 감소한 것이 직접 원인”이라며 “이는 북극해가 더워진 결과여서 기후변화로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추가로 검토할 원인으로 번식지의 수온과 인위적 교란, 이동 과정의 교란, 바이러스 감염, 개체수의 수용능력 한계 도달 등을 꼽았다.

인용 논문: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DOI: 10.3354/meps1358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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