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파래날씬이갯민숭이붙이, 3주 만에 몸 재생…태양에너지 이용
파래날씬이갯민숭이붙이, 3주 만에 몸 재생…태양에너지 이용
생활사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바다 민달팽이를 기르던 미토 사야카 일본 나라여대 박사과정생은 몸은 떼어내고 머리 혼자 돌아다니는 민달팽이를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민달팽이는 이런 일을 두 번이나 했다.
도마뱀처럼 자신의 몸 일부를 스스로 자르는 동물은 적지 않지만 머리가 심장과 핵심 장기를 포함한 몸을 모두 잘라내고 다시 복원하는 일이 파래날씬이갯민숭이붙이에서 발견됐다고 미토 등이 9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미토는 “몸을 떼어낸 머리가 곧바로 움직이는 걸 보고 놀랐지만 심장과 다른 중요한 장기를 없어 곧 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머리는 몸 전체를 복원해 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떼어낸 몸의 전체 몸무게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비교적 젊은 민달팽이는 몸을 떼어낸 뒤 몇 시간 안 돼 먹이인 조류를 먹기 시작했고 머리의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재생 속도도 빨라 심장은 1주일 안에 만들었고 몸 전체를 복원하는 데는 3주가량이 걸렸다.
그러나 나이 든 개체의 머리는 먹이를 먹지 않았고 10일쯤 뒤 죽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바다 민달팽이의 몸은 머리를 재생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잘린 몸도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움직였고 머리의 접촉에 반응했다. 머리 없는 몸이 죽기까지는 며칠에서 몇 달이 걸렸다.
연구자들은 바다 민달팽이 2종에서 이런 자절 행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왜 이들 연체동물은 다리나 꼬리 같은 부속지가 아닌 몸 전체를 갈아치우는 걸까. 연구자들은 “불확실하지만 생식을 가로막는 내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무엇이 몸을 자르는 계기인지도 후속 연구과제다. 연구자들은 “목의 잘린 부위에 줄기세포가 분포해 몸을 재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건 이 민달팽이가 동물이면서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이다. 조류의 엽록소를 산 채로 조직 속에 간직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태양광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태양광이 몸을 떼어낸 뒤 몸을 재생하기까지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복잡한 몸 구조를 지닌 바다 민달팽이 같은 동물이 몸 대부분을 잘라내는 새로운 유형의 자절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절은 도마뱀 등 파충류와 양서류, 곤충, 거미 등에서 관찰되는 행동으로 독립적으로 9번이나 진화했을 정도로 유력한 행동이다(▶항문 자르고 8달까지, 전갈의 지독한 생존).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1.0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몸을 떼어낸 직후의 파래날씬이갯민숭이붙이 머리. 미토 사야카 제공.
몸 전체를 자절하는 행동이 관찰된 파래날씬이갯민숭이붙이의 자연적인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꼬리를 자절한 도마뱀붙이. 대부분의 동물은 꼬리나 다리 등 핵심적이지 않은 부위를 떼어낸다. 지속해서 독액을 주입하기 위해 침과 함께 내장 핵심기관이 잘려나가 죽는 꿀벌은 예외적이다. 무하마드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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