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에서 꽃꿀을 빠는 꿀빨기새는 세계에 300마리 미만이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짝짓기에 필수적인 노래를 가르쳐 줄 어른 새가 드물어져 멸종을 부채질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반도 면적에 30마리꼴로 드물게 살아남은 호주 꿀빨기새 수컷이 노래하는 법을 잊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래를 잃은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지 못하고 결국 짝짓기 실패로 멸종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로스 크레이츠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박사 등은 18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에 실린 논문에서 “야생동물의 심각한 개체수 감소가 목소리 문화를 잃게 해 남아있는 개체의 적응능력을 떨어뜨리는 드문 증거를 발견했다”며 “문화의 상실은 감소하는 집단에서 멸종의 전조”라고 밝혔다.
꿀빨기새는 유칼립투스 꽃꿀을 주로 먹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고유종으로 한때 수백 마리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았지만 현재는 300마리 미만이 한반도의 10배 이상 면적에 드문드문 서식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위급 종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수컷의 풍부하고 복잡한 노래는 암컷과의 짝짓기에서 필수 요소이다. 라클란 홀 제공
이 새는 서식지의 90%가 사라져 서로 만나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 새가 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새의 노래를 곧잘 흉내 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이런 현상이 ‘문화 상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꿀빨기새의 노랫소리를 광범하게 녹음했고 1980년대 녹음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전체 수컷의 12%인 18마리가 그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불러온 노래를 부르지 않고 엉뚱한 다른 종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한 곡조의 노래는 전체 노래의 27%를 차지했다.
연구에 참여한 데얀 스테야노비치 박사는 “수컷 18마리는 종이 다른 새의 노래를 흉내 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며 “야생동물 가운데 자기 종과 소통하는 능력을 잃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사람이 말을 배우듯이 새도 노래하는 법을 같은 종의 나이 든 수컷으로부터 배운다. 둥지에서는 천적을 피하려 소리를 내지 않지만 둥지를 떠나면 다른 성체 수컷을 통해 노래를 배우게 된다. 주 저자인 크레이츠 박사는 “문제는 다른 성체가 너무 드물어 노래하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섹시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짝짓기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꿀빨기새의 개체수가 충분히 많은 곳에서는 수컷의 노래가 풍부하고 복잡했지만 개체수가 드문 곳에서는 단순하거나 아주 틀린 노래를 불렀다. 또 1980년대 꿀빨기새들은 요즘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노래를 불렀음을 확인했다.
인공증식해 야생으로 풀어놓는 것은 이 새 보전을 위한 유일한 대책이다. 그러나 인공증식한 새의 노래는 야생의 것과 다르다. 미크 로데리크 제공
현재 이 새의 멸종을 막기 위한 주요한 노력은 서식지 밖 보전기관에서 이 새를 증식해 야생으로 풀어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보존기관에서 태어난 새는 야생에서와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레이츠 박사는 “인공증식한 새를 풀어놓았을 때 이들의 이상한 노래는 매력을 떨어뜨려 짝짓기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대응책으로 인공 시설에서 태어난 어린 수컷에게 야생 꿀빨기새의 노래를 녹음해 교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cociety B, DOI: 10.1098/rspb.2021.022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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