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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1900만년 전 ‘상어 대멸종 사태’가 대왕고래와 참치 불렀다

등록 2021-06-04 15:16수정 2021-06-04 15:49

[애니멀피플]
1900만년 전 90% 이상 사라져 대양 생태계 ‘구멍’…현재는 더 빠른 감소 사태
신생대 마이오세 이전까지 대양에는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상어가 들끓었다. 수수께끼의 대멸종 사태 이후 대양 생태계는 크게 바뀌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생대 마이오세 이전까지 대양에는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상어가 들끓었다. 수수께끼의 대멸종 사태 이후 대양 생태계는 크게 바뀌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어는 4억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생존력이 뛰어난 포식자이다. 그러나 4번의 대멸종 사태를 거뜬히 넘긴 상어가 1900만년 전 전체 개체수의 90%가 사라지는 사실상 괴멸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지구에는 중요한 기후변동이나 소행성 충돌이 벌어진 흔적이 없어 상어 멸종을 불러온 지구 차원 격변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또 현재 상어류가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이로 인한 파급효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시버트 미국 예일대 해양학자·고생물학자 등은 북태평양과 남태평양의 거대 소용돌이 해역의 수심 5700m 심해저 퇴적층을 시추한 코어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4일 밝혔다.

심해저 시추 코어에서 찾은 고대 상어의 방패비늘. 서로 다른 모습이 종이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1900만년 전 88가지였던 방패비늘의 유형이 이후에는 9종으로 줄었다. 레아 루빈 제공.
심해저 시추 코어에서 찾은 고대 상어의 방패비늘. 서로 다른 모습이 종이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1900만년 전 88가지였던 방패비늘의 유형이 이후에는 9종으로 줄었다. 레아 루빈 제공.

연구자들은 퇴적층에서 상어의 미세한 방패비늘 화석을 물고기 이빨 등 다른 화석 비교 분석해 상어의 다양성과 개체수의 변화를 알아봤다. 방패비늘은 상어 피부를 촘촘하게 덮어 보호하고 빠르게 헤엄치도록 돕는 머리카락 폭의 미세한 비늘인데 수시로 교체하기 때문에 화석으로 많이 남는다.

시버트 박사는 “애초 8500만년에 걸쳐 물고기와 상어의 풍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1900만년 전을 고비로 상어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상어의 감소 폭은 연구자들이 “상어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비늘의 양으로 따진 상어의 개체수는 90% 이상이, 비늘 형태로 구분한 상어 다양성은 70% 이상 줄었다.

이런 감소 폭은 새를 뺀 공룡의 멸종을 부른 6600만년 전 대멸종 사태 때 상어 종의 30∼40%가 사라진 것에 견줘 곱절 이상 크다. 연구자들은 “이 사태 이전 4000만년 이상 유지돼 오던 상어 집단이 지질학적으로 한순간인 약 10만년 사이에 허물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시버트 박사는 “지구 역사에서 이 기간에 어떤 주요한 변화도 기록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도 대양에 살던 포식자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대규모 멸종사태는 일반적으로 거대한 화산분출이나 대륙이동 또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기후 격변이 초래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격변이 당시 벌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난 초기 마이오세 기간의 해저 퇴적층을 간직한 시추 코어가 10%에 미치지 못한다”며 “퇴적층이 쌓이지 못하게 한 상당한 교란이 일어났음을 가리킨다”고 대격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1900만년 전의 상처에서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오늘날의 고래는 남획으로 인해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역경에 맞고 있다. 뱀상어. 게티이미지뱅크
1900만년 전의 상처에서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오늘날의 고래는 남획으로 인해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역경에 맞고 있다. 뱀상어. 게티이미지뱅크

수천만년 동안 대양을 주름잡던 상어가 대부분 사라지자 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왕고래 등 거대한 수염고래를 비롯해 다랑어, 새치 등 대형 대양어류, 바닷새, 일부 대양을 이동하는 고래상어 등이 대멸종 사태 수백만년 뒤 출현했다. 연구자들은 “대양의 표면에 사는 상어가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상어는 남획 때문에 새로운 멸종사태를 맞고 있다. 1970년부터 2018년 사이 상어의 개체수는 71% 줄었고 종 다양성은 77% 감소했다. 전체 상어 종의 4분의 1이 멸종위기인 현재의 상어 감소 추세는 역사상 가장 빠르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j20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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