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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기봉 도살 유죄’에도…학대 현장 왜 계속되나

등록 2021-07-12 16:30수정 2021-07-15 10:35

[애니멀피플]
지난해 4월 판결 이후에도 시민단체 고발 이어져
현장 적발 어렵고, 처벌 미약해…“법으로 금지해야”
9일 동물해방물결과 LCA가 잠입조사한 경기 여주시 개 도살장 현장. 개들은 지난해 대법의 전기봉 도살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9일 동물해방물결과 LCA가 잠입조사한 경기 여주시 개 도살장 현장. 개들은 지난해 대법의 전기봉 도살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7월9일 새벽 3시 경기 여주시 개 도살장 앞에 경찰과 시청 공무원,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들이닥쳤다. 이곳은 앞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잠입 조사해 전기봉(전기쇠꼬챙이)을 이용한 불법적인 도살 장면을 포착한 곳이다. 성남 모란시장의 한 건강원이 운영 중인 해당 도살장은 매달 수백 마리의 개를 도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도살업자 세 명은 여주시 경찰에 체포됐고, 도살장 일부 개들은 학대 동물로 긴급 격리조치됐다.

비슷한 상황은 7월1일에도 벌어졌다. 동물단체 카라는 이날 경기 고양시 용두동의 도살장을 급습하고 현장에 있던 개 33마리를 구조했다. 카라에 따르면, 이 도살장은 뜬장에서 개들을 사육·도살하며, 개인이 데리고 온 개까지 전기봉으로 도살한 곳이다. 활동가들은 새벽 내내 도살장 앞에서 잠복하다 실제로 도살행위가 벌어지자 경찰,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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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전기봉 도살

지난해 대법원은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개농장주에게 유죄 판결했다. 이 사건은 다섯 번의 재판 끝에 유무죄가 가려질 정도로 사안이 간단치 않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법원은 이 방법이 동물보호법 8조 1항이 금지하고 있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동물단체들은 환영했다. 대부분의 도살업자들이 전기봉을 이용해 개를 도살해왔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제 도살업자들이 동물보호법을 어기지 않아고서는 개를 도살할 방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전기봉 도살은 계속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등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개최한 '개 전기도살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등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개최한 '개 전기도살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동물단체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전기봉 도살 사례를 끊임없이 적발하고 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개 사육시설과 동물관련 영업시설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였다. 관련 법률을 위반한 곳 53곳(65건) 중 동물학대 행위 적발은 모두 7건이었다. 주요 사례로 꼽힌 곳은 전기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죽이고, 도살 때 발생한 혈액을 무단 투기했다. 음식물폐기물을 먹이로 주면서 폐기물신고를 하지 않았고, 한 농장에서는 개에게 개의 사체를 먹이로 주기도 했다. 개농장·개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불법 행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을 두 가지로 진단한다. 현장 적발, 증거 수집의 여러움과 수사·사법기관의 ‘의지 부족’이다.

개 식용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는 단체들은 주로 새벽에 도살장을 급습하거나, 어렵게 현장에 잠입해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들이 도살되는 걸 알게 되더라도 정황 증거만으로는 현장 진입이 안된다. 때문에 오랜 기간 잠입해 이들의 활동을 지켜봐야 했다. 법률상 현장 증거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탓에 고발이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도살장들은 외진 곳에 있어 적발이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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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고발해도 처발은 미약

시민단체가 어렵게 증거를 수집해 고발을 하더라도 법적 처분은 제각각이다. 지난해 12월과 카라가 폭로한 경기 고양시 설문동 도살장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카라는 현장에서도 이미 전기봉 도살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이전에는 잔인하다, 아니다 다툼이 있었다면 이제는 도살자들도 불법행위란 것을 알고 있다. 전기봉 도살이 처벌 상황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 9월 동물자유연대가 제보한 강원도 춘천시 도살장의 경우 도살장면이 증거로 제출됐지만 춘천지검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 1일 동물단체 카라가 폭로한 경기 고양시 용두동 개 도살장 안에서 포착된 개 도살 장면. 급습 당시 마지막으로 희생됐던 ‘천상이’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카라 제공
지난 1일 동물단체 카라가 폭로한 경기 고양시 용두동 개 도살장 안에서 포착된 개 도살 장면. 급습 당시 마지막으로 희생됐던 ‘천상이’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카라 제공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낮아 재범 방지도 어렵다. 동물을 학대할 경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 김도희 변호사는 “처벌 수위는 낮지 않지만 실제로 선고되는 형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게 실정이다. 실형이 나오는 게 손에 꼽힐 정도다. 전향적이라 평가받은 지난해 대법 판결도 도살업자가 받은 처벌은 벌금 100만원 선고 유예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개고기가 무법과 불법의 영역에 걸쳐 있는 상황 때문이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규정돼 있지만, 개고기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빠져있다. 개고기가 축산물 규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무허가 도살장에서 도살하더라도 처벌할 수가 없다.

식품위생법상으로는 개고기의 생산, 유통, 가공은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상 식품 원료를 등재하는 식품공전에는 개고기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회적 관습 등을 고려해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배달앱, 개고기 입점 논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대법원의 전기봉 도살 판결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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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도살 금지법으로 불법 막아야”

동물단체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명확히 해결할 방안으로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 도살방법이나 개 도살장의 불법사항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개 식용 자체를 막자는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명확히 해결할 방안으로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단체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명확히 해결할 방안으로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전진경 카라 대표는 “정부는 언제까지 시민들이 불법사항을 고발하게 만들 것인지 반성해야 한다. 매 사안마다 불법사항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개 임의도살을 막고, 식용 자체를 금지하면 모든 학대와 불법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개 도살 금지법’이 발의돼 있다. 그가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개·고양이 도살·처리 및 식용판매를 금지하고, 개식용 업자가 자가 폐업할 때 폐업 및 업종전환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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