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남양주시 개물림 사고 원흉으로 드러난 불법 개농장
유기견은 어떻게 개농장으로 흘러가 사람을 죽였을까
남양주시 개물림 사고 원흉으로 드러난 불법 개농장
유기견은 어떻게 개농장으로 흘러가 사람을 죽였을까

지난 5월 남양주시에서 사망사고를 낸 사고견의 견주가 결국 인근 불법 개농장의 주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견은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서 개농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밝혀졌다.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지난 5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산책 중이던 50대 여성이 한 대형견에게 팔과 목을 물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견에게는 목줄도 반려동물 인식칩도 없었으므로 보호자를 찾는 것은 요원한 듯 보였지만, 경찰은 결국 두 달 만인 7월 20일 ‘견주’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견주는 다름 아닌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있던 불법 개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 ㄱ씨였다. _______
‘들개 혐오’에 가려졌던 사고견의 정체 사고 초기에 언론들은 사고견을 ‘풍산개’, ‘들개’라고 보도했다. 대형 들개가 또 사고를 일으켰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 개는 풍산개라기보다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에 가까웠다. 피레니즈는 한국 자연발생종이 아니다. 유기견이었다가 들개가 된 개들은 대개 산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단모에 날렵한 체형을 지녔다. 더군다나 개물림 사고는 소위 ‘들개’가 아니라 대부분 보호자가 있는 개, 그리고 드물게 개농장이나 방치학대를 당한 개들로부터 발생한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개들은 죽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음식물쓰레기에 입을 대고 있었다.

무책임의 극치 보여준 남양주시 그가 올린 게시글 속 사진에는 욱이가 있었다. 지난해 9월 남양주동물보호협회에 공고되었고 ‘입양 완료’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체고와 무늬 위치 등을 보았을 때 욱이가 확실했다. 카라 활동가들은 곧장 2020년에 남양주 시보호소에 입소했던 동물들의 리스트와 남양주 개농장에서 보았던 개들을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보호소에 입소했던 개들 중 여섯 마리가 남양주 개농장에 있던 것으로 판단됐다. 심지어 사고견 또한 시보호소 공고에 버젓이 올라왔으며 ‘입양 완료’로 처리돼 있었다. 카라는 이 사실을 수사 중인 남양주북부서에 알렸다. 경찰은 유기동물로 입양처리된 사고견의 당시 이미지와 포획 이후 사진 분석을 영상분석 전문가에 의뢰했고, 감식 결과 ‘동일한 개가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욱이’는 지난 5월22일 남양주 개물림 인명사고가 난 현장 근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다. 카라 SNS에 올라온 욱이 사진에 대한 시민 제보가 이어지며 사고견의 정체가 밝혀지게 됐다.
사고견에게 최초로 기질평가가 실시된다 카라는 남양주시를 직무유기로 고발했고, 남양주시 보호소는 사기죄로 고발했다. 현재는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까지 끝낸 상태다. 카라는 사고 이후 경찰과 긴밀히 소통하며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공유했다. 마침내 경찰이 사고견과 유사한 개의 입양 기록과 ㄱ씨에게 개를 넘겼다는 개농장주 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ㄱ씨가 지인에게 “개를 태워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거나 “개를 넘겨줄 때 장면이 블랙박스에 남아있을지 모르니 없애달라”고 하는 등의 추가 증거를 확보했지만 ㄱ씨는 여전히 자신이 견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도 여러 마리 발견됐다.
분노의 방향이 옳바르게 놓이길 사고견이 사망사고를 냈을 때, 누군가는 오롯이 사고견에 대해서만 손가락질을 했다. ‘사람 무는(죽인) 개는 바로 죽여야 한다’고 매우 쉽게 분노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개에 대한 혐오와 본질을 가리는 물타기가 진실 가릴 뿐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 인명사고는 제어 불가능한 동물의 독단이 아니라 지자체의 무능함이 낳은 인재(人災)다. 이번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의 큰 원인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농장과 이를 제대로 관리, 처벌하지 않는 지자체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는 사고견의 기질평가와 이후 관리에 대해서도 판단과 처우가 공정한지 계속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남양주시에서 사라진 40마리 개들의 행방을 밝히는 일도 남아 있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로 남았다. 이제는 분노와 애석함의 방향이 올바른 곳에 놓이기를, 사건이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풀리기를 바란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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