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불멸의 나무’ 바오바브, 카카오 뛰어넘는 아프리카 농작물 되나

등록 2021-09-06 16:51수정 2021-09-06 17:14

[애니멀피플]
“카카오보다 중요”…종자처리와 접목으로 27살 개화 나이를 2살로 단축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바오바브나무에 코끼리가 축축한 나무껍질을 먹으러 접근하고 있다. 이 나무는 건조지대의 거대한 물 저장고 구실을 한다. 레프리난드 레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바오바브나무에 코끼리가 축축한 나무껍질을 먹으러 접근하고 있다. 이 나무는 건조지대의 거대한 물 저장고 구실을 한다. 레프리난드 레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생 택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작은 행성이 거대한 바오바브나무 뿌리로 으깨질 것을 걱정한다. 거대하고 오래 사는 신비로운 나무인 바오바브나무를 작은 재배종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구에선 이국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나무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먹고 사는 데 꼭 필요한 농업자원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 탐험가이자 식물학자인 미셸 아단슨은 1749년 세네갈의 한 섬에서 괴상하게 생긴 거대한 나무를 보았는데 줄기에는 200년과 300년 전 이곳을 지나간 항해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아단소니아’란 이름을 얻은 이 거목은, 1500년을 훌쩍 넘게 살며 아프리카에서 오래 전부터 식품, 물, 치료제, 화장품, 피난처, 그리고 전통과 미신의 대상이었다. 한 마디로 버릴 게 없는 나무로 용도는 300가지가 넘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랜드바오밥. 관광명소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랜드바오밥. 관광명소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건기에 잎사귀를 떨구면 바오바브나무는 항아리처럼 부푼 허리로 인해 마치 나무를 거꾸로 세워놓은 모습이 된다. 이는 사막 주변의 건조지대에 살면서 우기 동안 지름 10∼14m인 줄기 내부에 최대 12만ℓ의 물을 푸석푸석하고 부드러운 섬유층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가뭄이 닥치면 주민은 물론 코끼리도 줄기 속에 간직된 수분을 꺼내 목을 축인다. 키가 25∼30m에 이르는 거목이지만 뿌리는 키보다 더 넓게 퍼져 건기에도 살아남는다.

나무는 건조에 잘 견디고 생명력이 강해 줄기를 파내도 잘 회복한다. 거대한 줄기에 뚫은 구멍을 사람들이 창고나 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단단하지 않고 축축해 목재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벌채와 화재도 피한다.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의 독특한 꽃. 폭 15∼20㎝로 2000개가 넘는 수술이 발달한다. 과일박쥐가 가루받이하면 단 하루 동안만 수정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의 독특한 꽃. 폭 15∼20㎝로 2000개가 넘는 수술이 발달한다. 과일박쥐가 가루받이하면 단 하루 동안만 수정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나무는 각종 새와 포유류 등 생태계에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은 나무의 껍질로 지붕을 덮기도 하고 잎과 열매, 씨앗까지 알뜰하게 이용한다. 크기가 15∼20㎝에 달걀 모양인 바오바브 열매는 ‘슈퍼 과일’이다.

“단위 g당 오렌지보다 10배 많은 항산화 물질과 6배 많은 비타민 시(C), 우유보다 2배 많은 칼슘, 사과보다 10배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한다. 특히 수용성 섬유는 장내 세균에 좋다. 고농도의 칼륨은 뇌 기능, 근육 및 신경세포에 도움이 되며…”(김기중 지음, ‘생명의 나무 바오밥’, 지오북)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의 열매(왼쪽)와 씨앗.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 바오바브나무의 열매(왼쪽)와 씨앗.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008년 유럽연합과 미국 식품의약청은 바오바브나무 열매를 새로운 식품으로 인정했다. 그 결과 야생에서 채집하는 것으로 수요를 맞추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연구자들이 바오바브나무를 재배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케네스 에그바드조르 가나 호 공대 박사는 그런 선구자 가운데 하나다. 바오바브나무 재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씨앗이 좀처럼 싹트지 않는다는 점과 유년기가 길다는 점이다.

가나 호 공대 연구진이 성숙을 촉진하도록 개량한 바오바브나무의 묘목(왼쪽)과 꽃. 에그바드조르 박사 제공
가나 호 공대 연구진이 성숙을 촉진하도록 개량한 바오바브나무의 묘목(왼쪽)과 꽃. 에그바드조르 박사 제공

에그바드조르 박사는 종자 발아를 황산을 이용해 촉진하는 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남아프리카 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발아 실험 결과 물에 잠그거나 끓는 물에 넣는 것보다 95% 농도의 진한 황산에 6시간 동안 담가 두는 것이 발아를 훨씬 촉진했다”고 보고했다. 황산을 거친 종자는 5일 만에 싹텄다.

정상적으로 싹이 튼 바오바브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면 17∼27년이 걸린다. 그는 몇 차례 열매를 맺은 성숙한 바오바브나무의 줄기에 묘목을 접붙이는 방법으로 이 기간을 단축했다.

성숙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한 바오바브나무의 묘목. 호 공대 제공
성숙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한 바오바브나무의 묘목. 호 공대 제공

그는 8월19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황산과 접목을 이용해 바오바브나무의 개화를 2년 안에 이루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바이오 아카이브는 정식 출판 전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온라인 논문 공유 서버이다.

그는 최근 ‘가나 통신’(GNA)과의 인터뷰에서 “바오바브나무는 외화 획득을 위해 가나의 카카오보다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나무가 될 것”이라며 “이 나무를 작물로 재배하면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나무를 뿌리를 위로 뒤집어 심은 모습의 바오바브나무는 서구에선 신비로운 나무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나무로 주목받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나무를 뿌리를 위로 뒤집어 심은 모습의 바오바브나무는 서구에선 신비로운 나무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나무로 주목받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오바브나무는 아프리카와 호주에 각 1종과 마다가스카르 6종 등 세계에 모두 8종이 분포하며 아프리카 대형 종은 키 25∼30m에 밑동 지름이 10m에 이른다. 꽃이 피는 속씨식물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나무의 하나로 짐바브웨 팡케 바오바브나무가 2011년 죽었을 때 측정한 나이는 2450살이었다.

아프리카의 바오바브나무는 지난 10여년 동안 크고 나이 많은 나무를 중심으로 일제히 죽어가고 있으며 그 원인은 가뭄과 기온상승 영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1.08.19.457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시베리아호랑이 ‘태백’ 숨져…서울대공원서 1년새 4마리 폐사 1.

시베리아호랑이 ‘태백’ 숨져…서울대공원서 1년새 4마리 폐사

중국 판다 기지, 판다에 과자 던진 관람객 ‘평생 출입 금지’ 2.

중국 판다 기지, 판다에 과자 던진 관람객 ‘평생 출입 금지’

공통점은 ‘볼드모트 사료’…동물병원 100곳 고양이 피해 보고 3.

공통점은 ‘볼드모트 사료’…동물병원 100곳 고양이 피해 보고

잠꼬대하며 노래하는 새…비인간 동물들도 꿈을 꾼다 4.

잠꼬대하며 노래하는 새…비인간 동물들도 꿈을 꾼다

‘돌고래 무덤’ 거제씨월드에서 ‘갇힌 생명’이 또 태어났다 5.

‘돌고래 무덤’ 거제씨월드에서 ‘갇힌 생명’이 또 태어났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