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가운데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가 발견됐다. 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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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도개’를 제대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돗개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돗개 보호를 위해서는 진도개의 증식과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 심사 탈락견 반출 의무를 삭제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천연기념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진도개 보호·육성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진도개법 개정 방향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동물복지국회포럼과 국회의원 최인호, 전용기 의원실이 공동주최하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주관했다.
토론회에는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의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가 발제를 맡고, 이항 서울대 교수가 토론회의 좌장으로 참여했다. 토론자로는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김나라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캠페인 매니저, 어웨어 이형주 대표,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 김성우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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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개법 50년…“제정 때부터 농가소득 중심”
앞서 지난 8월 진도개 보호구역인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진도개 11마리가 구조돼 미흡한 정책과 현행법, 관리 실태 등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진도개는 진도군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진도군 내에서 사육되는 진돗개들을 말한다.
부모견이 천연기념물인 진도개들은 태어난 지 6개월이 되면 의무적으로 혈통 및 표준체형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이를 합격하면 천연기념물이나 예비견으로 등록돼 관리된다. 그러나 불합격견들은 진도군 밖으로 반출되거나 중성화 수술 뒤 키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진돗개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심인섭 라이프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제공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이하 진도개법)은 1967년 제정 이후 크고 작은 6번의 개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향상된 동물보호 인식에는 한참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축사에서 “천연기념물인 진도개가 식용개 농장에서 대거 발견된 것은 진도개 관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은 동물보호와 복지보다는 혈통 보존, 증식과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제는 진도개법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고 동물복지 내용을 담은 새로운 보호법의 방향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2020년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진도군 내에는 1만 마리의 진도개가 관리되고 있었다. 4000여 마리가 천연기념물로, 6000여 마리가 예비견으로 관리되는데 최근 논란이 된 뒤 실시된 진도군의 실태조사에서는 총 사육 현황이 4000여 마리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뒤 훈련과 치료를 받으며 입양을 준비하고 있는 진도개. 라이프 제공
그는 “진도개 농가들은 자견의 배송비부터 예방접종까지 모두 진도군으로부터 비용을 지원을 받는다. 모든 예산이 1만 마리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많은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정확치 않다 ”면서 “진도개법이 제정 때부터 진도개의 보호보다는 진도군 내 일부 사육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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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규정 마련, 진도개 국가관리 등 방안
심 대표는 “진도개법 시행이 50년이 지난 현재 진돗개들은 식용과 동물쇼로 희생되고 있으며 유기견이 되어 길거리와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처지가 되었다”며 “이제는 천연기념물 육성과 유지를 명목으로 희생되는 생명이 더는 없도록 정부, 자지체, 시민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진돗개 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국가가 주도해 관리하고, 현행 1만 마리 수준의 사육 두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진돗개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제공
이어지는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새로운 진돗개 보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각각 실질적인 보호·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 등을 제시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진도개법은 법률 명칭에 ‘보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15개 조문 중 보호에 관련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입법 목적에 진도개의 보호를 명시하고, 보존관리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가장 먼저 동물의 사육환경 및 상태 등 보호 복지에 대한 사항이 포함되는 실태조사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동물보호법에서조차 소유자의 최소 사육·관리 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에 있다.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법안에 사육 기준이나 사육인 변경 금지 등의 의무사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표준체형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도군 밖으로 반출되는 개들을 보호할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합격견에 대해 반출 의무만 두고 최소한의 사후 관리나 보호 기준이 없는 것은 개들이 식용견 농장, 방치 사육 등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는 결과를 낳게 됐다”며 “불합격견에 대한 반출 의무를 삭제하고 중성화 수술과 동물등록을 의무화해 무분별한 증식과 개농장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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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와 인간 관계, 문화적 가치 반영해야”
진돗개와 인간의 관계를 되짚고 동물의 중심으로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용기 의원은 “진도개법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여겨졌던 부분은 다름 아닌 같은 모견에서 태어난 생명이더라도 생김새가 기준에 못 미치면 진도개가 아닌 진돗개로 살아간다는 점이었다”면서 “생김새에 따라 문화재가 되고, 식용견이 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생명 그 자체로 보호받고 복지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진돗개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진도개들. 라이프 제공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진도개가 진도개일 수 있는 것은 사람과의 온전한 관계 속에서 일 때이다. 동물을 생산하고 희귀성을 지키는 데만 집중해서는 진도개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가치, 인간동물관계 측면의 중요성이 간과될 수밖에 없다”며 “진돗개가 인간과 훌륭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반려동물이라는 긍정적 인식과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