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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린 거북·상어 원치않는 죽음…‘초록등’ 붙이니 안전!

등록 2022-01-26 14:57수정 2022-01-26 16:06

[애니멀피플]
미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 “상어·가오리 등 95% 덜 걸려”
영세국 어민들 어획량은 그대로…LED등 설치비 지원할 만
초록 엘이디 등을 단 자망. 10m에 한 개 단 것으로도 상어 등 연골어류가 잘못 걸리는 일이 거의 차단됐다. 제시 센코 제공.
초록 엘이디 등을 단 자망. 10m에 한 개 단 것으로도 상어 등 연골어류가 잘못 걸리는 일이 거의 차단됐다. 제시 센코 제공.

물 아래로 커튼처럼 드리운 그물을 만난 물고기는 돌아 나가지 않고 그물코를 빠져나가려고 애쓰다 옴짝달싹 못하고 걸린다. 자망이 세계 전역에서 연안의 소규모 어업에 널리 쓰이는 건 이런 뛰어난 성능 덕분이다.

그러나 이 그물엔 물고기뿐 아니라 바다거북, 상어, 바닷새 등 다양한 바다 동물도 걸린다. 특히 생물다양성이 높은 연안에서 부수 어획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자망의 얼개. 값싸고 효과적이어서 세계적으로 연안에서 널리 이용된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자망의 얼개. 값싸고 효과적이어서 세계적으로 연안에서 널리 이용된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미국 하와이대 어류생태학자 존 왕 등은 자망에 상어 그림을 붙이거나 등불을 달아 어획 대상이 아닌 동물을 쫓을 수 있는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바다에서 실험했다. 그물 10m마다 합판에 그린 1.5m 크기의 검은 상어 그림을 붙였더니 효과가 뛰어났지만 아쉽게도 잡으려는 물고기도 달아났다.

그러나 엘이디(LED, 발광다이오드) 등은 상어보다는 효과가 조금 떨어졌지만 바다거북의 혼획을 40% 줄였고 무엇보다 어획량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10년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바다거북 보호를 위해 엘이디 등을 켜는 연구와 응용이 활발하다.

자망에 걸린 가오리. 세계적으로 연골어류가 남획으로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부수 어획 대책이 시급하다. 제시 센코 제공.
자망에 걸린 가오리. 세계적으로 연골어류가 남획으로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부수 어획 대책이 시급하다. 제시 센코 제공.

바다거북뿐 아니라 최근 급격히 줄어드는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 등 다른 해양동물의 부수 어획을 초록 엘이디 등을 이용해 줄이기 위한 포괄적인 현장실험을 같은 해역에서 벌인 결과 뛰어난 효과가 확인됐다. 사라져 가는 해양동물을 죽이지 않으면서 영세어민이 수입을 유지하고 작업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 센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해안에서 어민과 함께 실제 조업하는 곳에서 등불을 밝힌 자망과 그렇지 않은 자망을 총 1만m 길이로 12일에 걸쳐 설치한 뒤 어획물을 비교했다. 이 해역은 영세어민의 자망 어업이 활발한 곳이지만 동시에 해양 생물다양성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핫 스폿’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물에 엘이디 등을 다는 현장실험을 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해안에는 많은 영세어민이 자망으로 어획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그물에 엘이디 등을 다는 현장실험을 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해안에는 많은 영세어민이 자망으로 어획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그물 10m마다 초록 엘이디 등을 단 그물에서 부수어획량이 63% 줄었으며 특히 연골어류인 상어, 가오리, 홍어 등이 걸리는 양이 95%나 줄었다고 밝혔다. 또 길이가 1.5m에 이르는 아메리카대왕오징어의 혼획도 81% 적었으며, 바다거북도 51% 덜 걸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수 어획이 줄었는데도 어획 대상의 어획량과 어가는 등을 달지 않은 그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득도 있었다. 그물에서 부수 어획물을 떼어내고 그물을 정리하는 시간이 57%나 줄었다. 애초 부수 어획물이 그물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물을 끌어올릴 때 힘도 덜 들고 시간도 절약하는 효과도 났다.

주 저자인 센코 교수는 “이 결과는 등을 단 그물이 바다거북뿐 아니라 다른 해양동물 보호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세계 전역의 비슷한 해안에서 자망으로 죽은 채 버려지는 해양동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야생동물보호협회(WCS)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빛을 내는 그물에 해양동물은 걸리지 않고 어획 대상 어종은 걸리는 이유를 “등불이 어획 대상이 아닌 동물에 경계와 회피를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다거북과 상어 등 연골어류는 시각을 이용해 먹이를 찾으며 대왕오징어는 심해에 적응해 눈이 매우 크다. 그러나 왜 어획 대상 어종이 초록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자망에 물고기가 걸린 모습. 그물코를 빠져나가려다 아가미가 걸린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자망에 물고기가 걸린 모습. 그물코를 빠져나가려다 아가미가 걸린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초록 엘이디 등은 자망 줄에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고 특별한 훈련도 필요 없다. 그러나 개당 가격이 8달러여서 개도국 영세어민에게는 부담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전지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태양광 엘이디 등이 이미 개발됐고 바다거북 1마리를 지키는데 16∼34달러의 적은 비용밖에 들지 않아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에서는 정부와 비정부기구가 지원할 만하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에 참여한 호이트 페크햄 야생동물보호협회 영세어민 책임자는 “자망은 값이 싼 데다 그물을 지나려는 모든 것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쓰인다”며 “신기술이 개발돼 자망 소재 자체가 빛을 내도록 한다면 어민에게 손쉬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12.05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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