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은퇴 경주마 복지체계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동물자유연대 “동물 이용한 수익, 동물에게 돌려줘야”
은퇴 경주마 복지체계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동물자유연대 “동물 이용한 수익, 동물에게 돌려줘야”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던 말 ‘까미’의 죽음으로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삶이 드러난 가운데,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하자는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퇴역 경주마 예외없이 ‘비참한 죽음’ 위성곤 의원은 개회사에서 “한국마사회가 2014년 말 ‘말 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2017년에 ‘말 복지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실제 경주마에 대한 복지 향상은 의문”이라며 “시의적절한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경주마의 복지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정현 이사는 ‘국내 경주마 현황 및 복지시스템 과제’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은퇴한 경주마는 1만7298두로 이 가운데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으로 재훈련을 받은 말은 단 14두에 불과했다. 전체 퇴역마의 0.08%에 불과한 수치다.
‘국내 경주마 현황 및 복지시스템 과제’. 김정현 이사 제공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국이 퇴역 경주마 관리 모범이 되는 법 이어 발제를 이어간 필립 샤인 페타(PETA) 정책부 수석연구원은 한국 마사회에 경주마가 벌어들인 상금의 3%를 퇴역 자금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샤인 수석연구원은 지난 2019년 페타가 폭로한 제주시 축협의 말 학대 현장을 직접 조사했던 잠복 활동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 경주마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번식시켜 ‘잉여’ 말들을 생산하고, 은퇴 뒤에는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동물권단체 페타는 지난 2019년 제주시 축협 도축장 앞에서 구타 당하고 있는 퇴역 경주마들의 모습을 폭로했다. 페타 제공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다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말은 퇴역한 경주마였다. 카라 제공
“경주마 복지와 말고기 산업 양립할 수 없어” 패널토론에서는 은퇴 경주마를 포함한 경주마를 법적으로 보호할 법안 마련과 마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 등이 제시됐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 박창길 교수는 “반려동물, 농장동물, 전시동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법령이 마련되어있는 반면 경주마의 복지를 위한 규정은 부재하다. 말을 보호해줄 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 김란영 교수는 “‘말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주는 사실 ‘죽음의 고장’이 되고 있다”며 “은퇴 뒤 경주마들이 고기와 펫사료로 이용되어서는 복지체계를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마사회가 경주마 복지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대신 로드맵 제시에 그친 것이 실망스럽다. 동물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그 수익을 동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샤인 수석 연구원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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