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라쿤 ‘로켓’ 새 보금자리 가던 날
유기된 뒤 보호처 마땅치 않아 1년 반 ‘하숙생 생활’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 잊지말길”
유기된 뒤 보호처 마땅치 않아 1년 반 ‘하숙생 생활’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 잊지말길”
2020년 가을 서울시 마포구에서 구조된 라쿤 ‘로켓’이가 그동안 동물단체 카라 더불어숨센터 옥상에서 지내다 지난 3일 새 보금자리로 이주했다.
습성이 ‘말썽’이 된 라쿤 3월3일 오전 라쿤 ‘로켓’이 1년 반만의 하숙생 생활을 마치고 경기도 남양주시 새 보호처로 이동했다. 로켓은 유실·유기동물이었다. 동물단체 카라가 2020년 늦가을, 서울시 마포구에서 구조할 당시 중성화가 되어 있었다. 일반 가정이든 야생동물카페든 보호자가 있는 동물이었단 뜻이었다.
하루 활동반경이 20㎞에 달하는 활동력의 라쿤은 구조 첫날부터 시시티브이를 파손(왼쪽)하고, 두 차례나 탈출을 감행했다. 카라 제공
라쿤이 행동풍부화를 위해 마련된 사다리, 계단 등을 오르내리며 주변 환경을 살피고 있다.
매해 5~15마리 버려져 라쿤의 이런 처지는 로켓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대부터 야생동물카페, 체험동물원이 늘어나며 동물유기, 안전사고, 동물복지 저해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관련기사: 스스로 제 털 뽑은 앵무새…동물 ‘체험’ 꼭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야생동물이 ‘이색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지며 온라인 카페, 블로그, 애완동물 숍에서는 라쿤, 사막여우, 기니피그 등의 분양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이 아닌 외래 야생생물의 수입과 민간 분양에 대한 규제는 없는 형편이라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생동물이 ‘이색 반려동물’로 받아 들여지며 온라인 카페, 블로그, 애완동물 숍에서는 라쿤, 사막여우, 기니피그 등의 분양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화면 갈무리
최근 3년간 외래 야생동물의 유기는 2019년 204마리, 2020년 309마리, 2021년 301마리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 가운데 라쿤은 연간 5~15마리 정도를 차지한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기동물 공고 갈무리
서울 도봉구의 체험동물원의 라쿤이 전시실 안 구조물 위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사랑한다면 키우지 말자” 로켓이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불과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멘트 바닥에서 지내느라 배변 패드를 사용했지만, 흙바닥인 새 사육장에 오자 익숙한 패드가 아닌 모래를 찾아 배설했다. 간식을 주자 익숙한 듯 물그릇으로 가져가 씻어서 입으로 가져갔다.(라쿤은 먹이를 물에 씻어먹는 습성이 있다.) 행동풍부화를 위해 마련된 나무 조형물을 타고 오르고, 군데군데 설치한 터널과 계단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그동안 시멘트 바닥에서 지내던 로켓은 새 보금자리에 들어서자 익숙한 듯 모래에 배변하고 먹이를 물에 씻는 행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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