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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안녕’ 인사하듯 돌아보던 사육곰…마침내 숲으로 돌아갔다

등록 2022-05-03 15:38수정 2022-05-03 16:42

[애니멀피플]
동물자유연대, 생크추어리 이주 뒤 첫 방사모습 공개
22마리 중 14마리 방사…장애 지닌 2마리는 검토 중
지난 3월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돼 미국 야생동물 생크추어리로 이주한 곰들이 지난 27일 처음으로 우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3월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돼 미국 야생동물 생크추어리로 이주한 곰들이 지난 27일 처음으로 우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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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들이 드디어 완전히 우리에서 벗어났다. 우리 밖을 생전 처음 나서는 곰들은 두리번거리고 머뭇댔지만 이내 동료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고 인사를 나눴다. 주저하듯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곰 한 마리는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한 번 뒤돌아 보고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물자유연대가 미국 콜로라도주 야생동물 생크추어리(TWAS)로 이주시킨 사육곰들의 첫 방사 장면을 29일 공개했다. 단체는 지난 3월15일 강원도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2마리를 구조해 이곳으로 보냈다. 10년 넘게 뜬장에 갇혀 있던 곰들은 생크추어리 도착 뒤 환경 적응을 위해 40여일 동안 임시계류장에 머물러 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29~30일 이틀 동안 곰 14마리가 차례로 드넓은 생크추어리로 나가기 시작했다. 한 달 전, 곰들은 처음으로 흙바닥을 밟아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지만, 열린 문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걸음은 역시 두렵고 생소해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곰들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임시계류장을 벗어나 주변을 탐색했다. 쭈뼛거리며 발을 내딛는 곰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곰은 호기심 가득한 경쾌한 발걸음으로 뛰어나와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새보금자리 탐색을 시작했다. 철창 밖에서 처음 만난 동료를 살짝 경계하다가도 이내 냄새를 맡고 몸을 비비는 등 장난을 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저하듯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곰 한 마리는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한 번 뒤돌아 보고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주저하듯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곰 한 마리는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한 번 뒤돌아 보고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외부 환경이 낯선 곰들은 계류장과 크레이트 주변을 맴돌거나 다시 계류장 안으로 들어와 안정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틀간 방사한 곰 14마리는 모두 더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나머지 곰들은 앞선 곰들의 적응 상황을 살피며 단계적으로 방사할 계획이다.

곰들은 앞으로 서울의 1.5배 면적에 달하는 야생에 가까운 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될 예정이다. 다만 장애를 지닌 2마리의 곰 ‘글로리아’와 ‘오스카’는 별도의 관찰과 돌봄이 가능한 시설에서 보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글로리아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오스카는 뜬장 생활 중 사고로 앞 뒷발 한쪽씩을 잃게 됐다. 곰 두 마리는 이주 뒤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크추어리에 입주 직후 곰의 모습. 지난 십여 년간을 뜬장에서 지내온 사육곰들은 탈모, 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생크추어리에 입주 직후 곰의 모습. 지난 십여 년간을 뜬장에서 지내온 사육곰들은 탈모, 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 달여간 보살핌을 받은 곰들은 털도 찌고, 살도 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 달여간 보살핌을 받은 곰들은 털도 찌고, 살도 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국 출발 당시 피부병으로 털이 듬성듬성 했던 곰들은 한 달사이 새 털도 자라고, 건강을 회복한 상태로 방사됐다. 동물자유연대는 “벌써 먼 외곽까지 이동한 곰들이 있어 기존 곰들과 구별이 어려웠지만, 가슴에 선명한 반달 무늬만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이어 “부디 넓은 자연 환경에서 한국의 곰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면서 “아직 철창에 갇힌 많은 사육곰들에게도 이런 자유를 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곰들이 이주한 야생동물 생크추어리(TWAS)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구조 비영리단체로 세계 각국에서 서커스, 전시, 학대 등으로 고통받던 사자, 호랑이, 곰 등 대형 육식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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