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상망동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은 26일 환경부 조사 결과 폭 7∼8㎝ 이상의 갯과 동물의 것으로 확인됐다. 빨간 원은 발톱이 찍힌 자국. 환경부 제공
경북 영주시에서 표범의 것으로 보인다는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신고에 대해 환경부가 조사 뒤 개 발자국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4월 대구 팔공산에서 곰이 발견됐다는 신고, 지난 13일 영주에서 악어가 발견됐다는 신고 모두 현재까지는 오인 신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다. 물론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경부 등은 악어, 곰 등으로 추정되는 동물을 목격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즉시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한다.
대구 동구 팔공산 관암사 갓바위로 인근 등산로에서 한 시민이 목격해 촬영한 사진. 대구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제공
곰이 나타났다!…조사 결과 오소리
4월24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 관암사 인근 지역에 새끼곰으로 보이는 야생동물을 봤다는 신고가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에 들어왔다. 신고자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야생동물의 겉모습은 곰과 흡사했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5월11일 “4월28일부터 5월10일까지 현지 조사와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제보된 야생동물은 곰이 아닌 오소리인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대구환경청과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이 합동으로 진행했다. 오소리, 고라니 등의 분변, 오소리 굴, 멧돼지 발자국, 고양이 등을 발견하였으나, 곰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목격지 주변에 무인센서 카메라 2대를 설치했는데, 4월28일부터 5월10일까지 오소리·삵·멧돼지·고양이 등은 포착됐지만 곰은 촬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환경청은 등산로에서 촬영된 사진을 4월24일 야생생물보전원에 판독을 요청해, 사진 속 동물이 귀가 삼각형에 다소 작고 귀 끝에 흰 빛이 감도는 등 오소리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구 팔공산 관암시 인근 지역에서 곰이 발견됐다는 신고에 대구지방환경청이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발견된 오소리 굴.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대구 팔공산 관암시 인근 지역에서 곰이 발견됐다는 신고에 대구지방환경청이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악어 추정 동물이 신고된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 일대. 환경부 제공
악어가 나타났다!…“수달 가능성”
지난 13일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 인근에서 악어로 추정되는 동물을 봤다는 신고가 영주시청에 접수됐다. “1m 크기의 악어가 물 밖에 있다가 내성천 수중으로 사라졌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15일 영주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신고 내용만 있고 사진이나 영상이 없어 아직까지 악어라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전날 오후부터 (악어를) 발견했다는 일대에서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반려동물로 사육하던 누군가가 일부러 버렸거나 악어 스스로 탈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물치를 잘못 본 것이다’등의 의견이 엇갈리며 수색이 진행됐다.
악어 추정 동물이 신고된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 주변을 환경부 등이 수색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대구지방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무섬교 일대를 비롯해, 내성천 상류(영주댐)부터 하류(낙동강 유입 지점)까지 총 54㎞ 구간을 수색했다. △파충류 전문가에 의한 악어 흔적 조사, △열영상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주·야간 수색, △무인센서카메라(5대) 설치·감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악어로 추정되는 동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수달의 서식 흔적과 고라니, 너구리만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환경부는 “내성천 무섬교 일대에는 1개 세력권 그룹(4∼7마리)의 수달이 서식 중으로, 일정 이격 거리에서는 수달을 악어와 오인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센터장의 의견도 전했다.
물론 환경부는 실제 악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민안전을 위해 1~2주간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한 감시는 지속할 계획이다. 영주시도 지역 주민에게 악어 추정 동물 신고 접수 방법(전화 054-634-3100)을 알리고 현장에 출입통제 인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는 이어갈 예정이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정밀 수색 결과 악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민 안전을 위해 감시는 지속할 예정”이라며, “내성천 일대에서 악어를 발견하는 경우 인근 지자체에 즉시 신고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경북 영주시 상망동에서 발견된 갯과 동물의 발자국. 환경부 제공
표범이 나타났다!…“들개 발자국”
지난 24일 밤 9시45분께 영주시 상망동에서 ‘표범이 마당 앞까지 내려왔다. 발자국이 보인다’는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악어 발견 신고가 있었다 보니 해당 신고에 영주시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조사결과는 달랐다.
환경부는 26일 “대구지방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 등 소속기관과 함께 표범 추정 발자국이 발견된 텃밭을 조사한 결과, 갯과 동물의 발자국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국립생물자원관의 포유류 전문가는 “해당 발자국의 발톱이 드러나 있고 좌우 대칭인 것으로 보아, 표범(고양잇과 동물)이 아닌 갯과 동물의 것”이라 했다. 폭이 7~8㎝ 이상의 큰 발자국을 볼 때, 소형동물인 여우, 너구리 등이 아닌 개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영주시는 덩치가 큰 유기견을 발견했다고 신고(전화 054-634-3100)하는 경우 포획할 예정이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 신고된 발자국은 전문가 분석 결과 표범이 아닌 개의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해당 지역에서 덩치가 큰 유기견이 발견된다면 인근 지자체에 신고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