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에버랜드에 사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지난 13일 야외 방사장 담을 넘어 탈출을 감행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이 찾아오면서 판다의 주 먹이인 대나무의 ‘맛’과 ‘질’이 달라지자 아직 성장 중인 푸바오가 본능적으로 먹이활동에 나선 것이라는 게 사육사의 설명이다.
21일 판다들을 돌보고 있는 송영관 사육사는 에버랜드 동물원 공식 네이버 카페인 주토피아에 ‘푸바오의 행복한 야외 생활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푸바오의 ‘월담’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13일 푸바오는 야외 방사장을 둘러싼 담을 넘어갔다. 푸바오는 투명한 담장 너머 관상용 대나무 숲을 돌아다니며 약 20분 동안 일탈을 즐겼다. 물론 대나무 숲 뒤로도 담장이 또 있기 때문에 실제로 탈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날 관람객 입장이 3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에버랜드 쪽은 월담으로 망가진 시설물을 수리하기 위해 14일부터 푸바오에게 야외 방사장 ‘외출 금지’ 처분을 내렸고 현재 관람객들은 실내 방사장에서만 푸바오를 볼 수 있다.
지난 13일 야외 방사장 담을 넘어가는 ‘푸바오’의 뒷모습.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송 사육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푸바오의 월담은 대나무 때문이다. 송 사육사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일년 동안 몇 차례 변화 과정을 겪고 대나무를 먹고 사는 바오들(판다들)도 먹이활동에 변화를 겪게 된다”며 “공교롭게도 11월이 겨울이 오기 전 (판다의 주 먹이인) 대나무의 영양과 수분 등의 변화로 바오들(판다들)도 먹이활동이 많이, 혹은 불규칙해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습기가 많은 열대지방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는 보통 줄기의 높이가 20m에 달하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3m밖에 자라지 않는다.
평소 에버랜드는 경남 하동에서 대나무를 공수해와 판다들에게 공급하는데 국내 기후상 11월이 되면 대나무의 ‘맛’과 ‘질’ 달라지기 때문에 푸바오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동물원에 사는 판다들은 사육사들이 주는 대나무 등을 먹으면서 살기 때문에 야생과 같은 먹이활동에 나서진 않는다. 그럼에도 2020년 태어나 아직 성장 중인 푸바오의 경우 대나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사육사는 “육식동물의 신체구조와 장기를 가지고 대나무라는 식물을 먹으며 효율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판다들에게는 안정적인 채식과 수면이 최우선”이라며 “푸바오가 자신에게 중요한 욕구 가운데 하나를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대견하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푸바오의 건강과 안전”이라고 밝혔다.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도 과거 푸바오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송 사육사는 돌이켰다. 하지만 지금은 푸바오처럼 월담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뭘까. 송 사육사는 “최근 러바오도 (푸바오와 같은 이유로) 자신의 공간에서 시야를 넓히며 먹이활동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러바오는 (푸바오에 견줘) 더 많은 경험과 참을성으로 현재 자신의 상태와 환경을 인지하면서 (월담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고) 여러분이 보는 정도의 먹이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말하는 동물원 뿌빠티브이(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일부. 유튜브 갈무리
송 사육사는 다음 주께 푸바오의 야외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송 사육사는 “지금은 푸바오가 야외에 나가는 것보다 실내 방사장에서 안정적인 채식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안정적인 채식 활동이 우선되지 않으면, 야외 활동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